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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해를 끼치지 않느냐?
너는 깜박인다. 나는 너를 만질수 없다.
내 손을 불꽃사이에 넣어본다. 아무것도 타지 않는데.
그렇게, 입 안 피부처럼, 주름살 진 채
선명한 붉은 색으로 깜박이는 너를 지켜보기란
참으로 나를 지치게 하는구나.
방금 한 입이 피로 물들었다.
작은 핏빛 스커트들!
거기엔 내가 만질수 없는 불꽃들이 있다.
네 아편은 어디에 있느냐, 이 메스꺼운 캡슐들아.
만약 내가 피흘릴수 있다면, 잠들수 있다면!
만약 내 입이 그런 아픔과 결합할 수 있다면!
아니면 무딘하고 조용하게, 이 유리 캡슐 안,
네 독주가 내게 샌다면.
그러나 그건 색이 없다. 무색이다.
양귀비의 꽃잎들은 스커트처럼 보인다.
여름의 열기가 작열하는 7월은 지옥의 한 철의 시작이다. 어떤 이에게는 괴로움의 계절이지만 나는 지글지글 끓는 지열 속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좋다. 불타오르는 여름 속에 새빨간 양귀비의 꽃잎이 유혹적이다. 다가갈수록 두렵고 멀리 달아나기엔 너무 아름답다. 그 유혹을 뿌리칠 자 누가 있을까. 핏빛 스커트, 메스꺼운 아편 그리고 죽음. 매혹적인 말들이 시인을 죽음의 언덕으로 이끈다. 여름의 열기와 양귀비 꽃잎의 어울림. 독주를 마시며 잠들기 전, 시인의 환상과 피흘리는 고통이 어우러진다. 죽음의 신이 문을 연다.
실비아 플라스는 짧지 않은 생애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몸부림쳤다. 죽음에 대한 유혹을 결국 이기지 못하고 가스 오븐에 머리를 쳐박고 삶을 마감했다. 그에겐 어린 두 아이가 있었다. 사랑하는 아버지의 죽음과 연인 테드 휴즈의 배신. 애증의 두 남자를 버리지 못하고 수렁으로 침잠했다. 피흘릴 수 있다면, 잠들 수 있다면... 양귀비 꽃잎들이 스커트처럼 시인의 아픔을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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