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장관이 8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제공 |
대전은 투기지역으로 묶이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잇단 규제에도 집값과 분양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하지만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내 들면서 향후 분양을 앞둔 재개발·재건축구역 등 사업지에도 여파를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8일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 강남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이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면서 사실상 추가대책의 하나로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낸 것으로 분석된다.
김 장관은 지난달 26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관리에 직접 강한 불만을 제기했지만,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다양한 개선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이제는 "도입을 검토할 때"라며 상한제 적용을 기정사실화 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감정평가된 토지비, 정부가 정해놓은 기본형 건축비에 가산비용(개별 아파트에 따라 추가된 비용)을 더해 분양가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공공택지 아파트는 모두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고, 각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심사위원회가 일일이 공공택지 아파트의 가산비를 포함한 분양가 적정성을 심사·승인하고 있다.
과거 참여정부 당시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지만, 주택공급위축과 아파트 품질저하 등 부작용으로 2014년 분양가 상한제 민간택지 적용요건이 강화된 바 있다. 이후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사례는 없다.
대신 현재 민간택지 아파트는 HUG로부터 분양가를 심사받는데 주변 아파트 분양가와 준공 아파트 시세 등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주변에 최근 1년 내 분양 아파트들이 있으면 그 평균 분양가 이하로, 분양 후 1년 이상 지난 아파트만 있는 경우 분양 당시 평균 분양가에 최대 5%의 시세 상승을 반영해 분양가가 정해진다.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앞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시세와 크게 관계없이 토지비, 기본형 건축비 등을 기반으로 분양가가 정해지는 만큼 분양가 수준이 현재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현행 주택법은 이미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 '최근 1년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넘는 경우', '최근 3개월 동안 주택 거래량이 전년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경우', '직전 2개월 청약 경쟁률이 5대 1을 넘는 경우' 등과 같은 조건이 붙어 있다. 2014년 이후 지금까지 이 조건을 충족한 지역이 없었기 때문에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앞으로 현행 주택법 시행령을 고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전에서도 일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만큼 이번 대책이 시행되면 지역 실수요자들의 재정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분양을 앞둔 사업지에서는 사업수익 감소 등으로 반발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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