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에 따라 우리 기업의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전 세계 공급망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 측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다"면서도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은 양국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발표 이후 문 대통령이 이와 관련한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일본의 감정적인 '보복 조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맞불로 양국 간 이른바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상호 호혜적인 민간기업 간 거래를 정치적 목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며 "전례 없는 비상상황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경제계가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황 진전에 따라 민관이 함께하는 비상 대응체제 구축도 검토해야 한다"며 "청와대와 관련 부처 모두가 나서 상황 변화에 따른 해당 기업들의 애로를 직접 듣고 해결 방안을 함께 논의하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무역은 공동번영의 도구여야 한다는 국제사회 믿음과, 일본이 늘 주창해온 자유무역 원칙으로 되돌아가기를 바란다"고 조치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이어 "일본은 경제력에서 우리보다 훨씬 앞선 경제 강대국으로, 여야 정치권과 국민께서 힘을 모아주셔야 정부·기업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다"며 초당적 협력을 강조한 뒤 "정부는 기업과 함께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단기적인 대응과 처방을 빈틈 없이 마련하겠다"며 말했다.
이번 사태를 우리나라 경제구조 변화의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는 언급도 했다. 문 대통령은 "중장기적 안목으로 수십 년 간 누적돼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한일 양국 간 무역 관계도 더욱 호혜적이고 균형 있게 발전시켜 심각한 무역 수지 적자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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