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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청을 찢어 피를 토해내는 것 같은 발성. 끝 모를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고음이 귀를 후벼 판다. 쇳소리도 이런 소리는 없다. 환청이 들리는 듯해 몸서리쳐진다. 온 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만 같아 팔을 긁었다. 녹슨 철판을 송곳으로 긁어댔다. 소찬휘의 'Tears'. 소찬휘라는 가수, 악마인가 신인가. 피안과 차안을 넘나드는 모호한 가창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노래 'Tears'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보적인 음색이 듣는 이를 미치게 한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뭉크의 '절규'가 떠오른다. 노을인지 피의 물결인지 캔버스 가득 흐르는 선홍색의 이미지를 배경으로 한 남자의 절규. 그리고 가공할 공포에 떨며 외마디 비명이 후두엽을 후려치는 느낌. 2000년에 발표한 노래다. 밀레니엄을 맞는 축배를 들까, 진혼곡을 부를까.
멜로디는 경쾌하지만 노랫말은 가슴 아프다. '이제 그만 내게 미련 보이지마 두 번 다시 넌 나를 찾지마 나로 인해 아파할 테니까~'. 사랑의 불완전한 경험은 미숙한 사람들의 전형이다. 상처는 아프다. 그러나 새살이 돋고 단단해진다. 과정이 더디고 괴로울 뿐이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론은 현실을 앞서지 못한다. 그래서 무섭다. 사랑은 미성숙한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사랑은 증명하는 게 아니다. 경험이다. 몇 년 전, 회사 송년회에서 어린 후배가 무대에서 미친 듯이 'Tears'를 불렀다. 몸과 머리를 좌우, 위아래로 흔들며 고음을 내질렀다. 그녀에게도 사랑의 기적은 먼 것인가.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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