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은 감정이 풍부하다. 그래야 자신의 기량을 한껏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이 풍부하다는 것은 끼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끼를 잘못 다스리면 엉뚱한 일이 벌어진다. 감정에 빠져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고 감정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게 되어 일반 사람들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행동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연예인이란 연기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행위를 하는 사람이다 보니 끼가 없으면 노력만으로는 아무나 하기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흔히 배우나 연기자가 되겠다고 하면 "너는 끼가 없어서 어렵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배우는 역할에 푹 빠져서 연기를 하고 가수는 부르는 노래에 푹 빠져서 노래를 할 때 그 진가(眞價)가 나오고 그 진가(眞價)에 사람들은 감동을 받게 된다. 그 감동에 의해 연예인들은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배역이나 노래에 푹 빠지다 보면 무대에서 내려왔는데도 그 감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연예인들이 있다. 그 감정 때문에 배우들 중엔 커플 연기를 하다가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서 매번 배역을 맡을 때마다 상대 배우와 사랑에 빠지는 연예인들이 종종 있다.
실제로 연기학원에 잠깐 다녔던 후배의 말을 빌리자면 연기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과 더불어 주어진 배역에 몰입하기 위해 감정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한껏 감정몰입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연기는 한층 좋아지지만 끌어 올랐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서 이상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더라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 갑자기 영화 '서스페리아'가 생각이 났다.
연예인에게는 분명 끼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끼를 잘 운영해야 한다. 즉, 잘 부릴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연기나 노래를 할 때는 한껏 끼를 활용하다가도 끝나면 활용했던 끼를 잠재우고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연예인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어야 사는 직업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예전과 같이 연기만 잘한다고, 노래만 잘한다고 연예인을 좋아하는 수준은 넘어섰다. 연기와 노래를 잘해서 인기를 얻었더라도 과거의 잘못이라든지 사람 됨됨이에 따라 그 인기는 금세 사그라진다. 그래서 삶 자체에서도 신중하게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연예인은 갖고 있는 끼를 그냥 표출만 하는 게 아니라 잘 부릴 줄 알아야 진짜 연예인이 되는 것이다.
김소영/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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