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즐거운 평생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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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즐거운 평생학습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9-07-0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미술공부 하던 시절, 예술사나 예술철학 등 미술 학도가 주로 읽는 책 중에 『달과 6펜스』도 끼어 있었다. 『달과 6펜스』는 서머싯 몸(William Somerset Maugham, 1874 ~ 1965, 영국 소설가)의 소설이다. 아마 고갱(Paul Gauguin, 1848-1903, 프랑스 화가)의 생애를 모티프로 했다는 것과 고달픈 예술가의 길을 보여준 탓 아닐까? 예술에 몰두한 주인공이 비장하고 처절한 예술혼을 보여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타 세상사는 소홀히 하는 정도가 아니라 냉혹하리만큼 야멸차다. 17년이나 같이 산 아내와 아이를 버리고 가출한 것도 그렇고, 친구의 아내를 빼앗아 살다 음독자살하게 만든 2번째 부인과의 관계도 그렇다. 감히 범접할 수 없지만, 예술지상주의자라고나 할까? 주인공은 고갱처럼 타히티섬에 가서 원주민 여인 아타를 다시 아내로 맞아 예술에 몰두한다. 전무후무한 명작, 아름다운 벽화를 그리고 나병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시절에는 예술의 근원적 문제가 심도 있게 탐구되었다. 인상파 화가들은 미술 창작에 기초가 되는 획기적인 업적을 많이 남긴다. 색채 원근법, 호선 원근법이 그렇고, 빛의 연구, 순간적인 빛의 효과나 색의 선명성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그렇다. 인상주의로 시작하여, 개성 찾아 화두 하나씩 붙들고 늘어진 것이 후기인상주의 화가들이다. 형태의 단순화, 감각적인 색채의 조화, 색의 혼합으로 생기는 혼탁함을 막기 위한 병치혼합, 강열한 감정과 정신적 고뇌 표현, 평면적이고 장식적인 효과와 대비색 이용 등, 훗날 다양한 양식이 만들어지는 시금석이 된다.

상기 소설에서 화두 하나 꺼내 보자. 주인공 찰스 스트릭런드가 어느 날 갑자기 가출한다. 아내는 젊은 여자와 함께 파리로 도망친 것이라 상상한다. 주인공은 그림이 그리고 싶어 집을 나온 것이었다. 화가가 되기에 너무 늦지 않았나? 주인공은 말한다. "내가 말하고 있지 않소. 그림을 그리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단 말이오. 나 스스로도 도저히 어쩔 수가 없소. 물에 빠진 사람은 수영을 잘하건 못하건 허우적거리며 헤엄을 칠 수밖에 없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대로 물에 빠져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오" 무엇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열정과 내면의 불같은 치열함을 토로한다.

문예부흥기로 접어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주위에 많은 사람이 나이 들어 예술가의 길로 접어드는 모습을 본다. 그렇다, 늦은 나이는 없다. 열정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누구나 표현 욕구를 억누르고 살아 오지나 않았을까? 환경이 예술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도록 만들지 않았을까? 삶의 무게에 찌들어 덮어 두었던 기본적 욕구의 분출이 아닐까?



일본 백수(白壽) 시인 시바타 도요(shibata toyo, 1911.06.26. ~ 2013.01.20.)는 어떤가? 90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전해진다. 자연스러운 일상의 소박하고 짧은 이야기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오랜 경륜에서 나오는 충고와 지혜도 담겨있다. 시집 『약해지지 마』는 일본의 베스트셀러였다. 초판은 자신의 장례비용으로 준비해두었던 100만 엔으로 자비출판을 한다. 초판 3천 권이 1주일 만에 품절, 재판을 찍는다. 우리에게 소개될 때쯤 150만 부가 판매된다. 천재성으로 쓴 시가 아니다. 그렇다고 누구나 쓸 수 있는 시도 아니다. 90대라 가능한 시가 아닐까? 누구나 진솔해지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감동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강좌가 개설되어있다. 자치단체나 복지관, 문화원, 학교를 비롯한 각종 기관이 운영하는 평생교육원, 민간단체, 개인 등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부실한 경우도 눈에 띈다. 구설에 오르내린다. 강사의 질이나 강좌 내용이 수준 이하여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시장 원리에 따르면 된다. 배울 게 없으면 떠난다. 의미가 없으면 강사 스스로 접는다. 자연스레 차등이 주어진다.

강좌의 존폐를 인원수로 결정한다. 사실 인원수가 문제 되지 않는다. 거기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꼭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한 사람이면 어떠한가. 모든 사람이 즐거워할 일은 많지 않다. 강사비를 인원수에 무관하게 지급하는 곳을 제외, 개방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즐기고자 하는 일이다. 논어의 말(學而時習之 不亦說乎, 論語 學而篇)을 빌리지 않아도 배우는 일 자체가 즐거운 일이다. 표현 욕구 충족으로 기쁨을 얻는다. 함께 해서 흥겹다. 다만, 욕심이 과해서 스트레스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일도 놀이도 즐거운 선에서 할 일이다.

지도자의 욕심 또한, 금물이다. 즐기는 것이 먼저이다. 모두 프로로 만들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허접해서도 안 될 일이다. 불가능은 없다는 뜻에서 앞에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업신여기거나 소홀해서도 안 될 일이다. 저마다 재능을 표출하는 시기, 시작하는 시기는 다를 수 있다. 누구나 최고가 될 수 있다. 최고경지의 미적 쾌감을 얻을 수 있다. 즐거운 일에 몰입하는 것 또한 행복 아닐까?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도록 길을 터 주는 일, 장점과 개성을 살리는 일이 교육자의 역할이다. 어떤 형식의 틀이 길을 막을 수 있음을 늘 경계할 일이다.

무엇보다 해 보겠다는 의지로 불타고 있다. 스스로 한 결정은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 인류사회에 기여는 물론, 무엇이고 가능하다. 그를 통하여 나누는 즐거움, 함께하는 보람을 누릴 수 있다. 모두 채운 다음 나눈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 누구나 나눌 것을 가지고 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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