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애쓰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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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애쓰며 산다

전유진 편집부 기자

  • 승인 2019-07-04 13:32
  • 신문게재 2019-07-05 22면
  • 전유진 기자전유진 기자
전뉴진
삼십 분째 파업 중이다. 아직 지면에 배치해야 할 기사도 들어오지 않았고 마감 시간은 한참 남았다. 급한 일이 생기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을 생각이다. 업무 외에도 처리해야 할 갖가지 일들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니지만 외면하기로 했다. 가만히 멈춰 서는 순간 내일자 신문 발행에 차질이 생기고 세상이 난리법석날 것 같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요즘 일주일에 하루는 내 안의 모든 모터를 꺼놓고 살고 있다. 뭐든지 '해야 한다'는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그 자리 그대로 우두커니 멈춰 선다. 불안한 마음에 오버해서 하려고 하지 않는다.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누군가의 기대치에 부합하기 위해 무언가 해두지도 않는다. 몇 달 후에나 벌어질 일을 미리 상상하며 고민하고 준비하지도 않으려고 한다.

이렇게 얻어진 깨달음은 그간 하루도 편히 쉴 수 없었던 이유의 상당수가 바로 내 안의 욕심과 의지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혼자서도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스스로 벼랑까지 몰아세웠고 아무도 내게 뭐라고 하지 않더라도 음습해 오는 불안감으로 인해 굳이 할 필요도 없는 일들을 찾아서 해냈다. 딱 해야 할 일만 해도 충분한데 모든 사람이 좋아하고 인정해줄 만한 사람이 될 때까지 내 머릿속 회로는 1분 1초도 쉬지 않고 분주히 움직였다.

지치다 못해 에너지가 방전된 적이 있다. 숨이 막힐 지경이라 모든 걸 포기하고 내려놓기 직전이었다. 매번 끼니를 챙겨 먹기도 힘들고 밥을 씹어 삼키는 것도 귀찮아 커피만 마셨다. 사람들은 "힘 내"라고 말했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물론, 나를 생각해서 한 말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들을 수록 바닥으로 가라 앉는 기분이었다. 당시 누군가 "힘 빼"라고 말해주었다면 어땠을까. 물 속에 빠졌을 때 뜨기 위해선 온몸의 힘을 빼야 한다. 힘을 주면 줄수록 더 깊이 가라 앉을 뿐이라는 당연한 원리를 미처 떠올리지 못했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걸 최고의 미덕으로 배우며 자라왔다. 무조건 힘이 다해 쓰러질 때까지 질주해야만 비로소 안심이 되는 나였다. 하지만 스스로를 통제해 제때 잘 멈추는 법을 아는 것도 열심히 달리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달리는 건 당연했지만 멈추는 법은 한번도 배운 적이 없어 더 어려웠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치열한 경쟁이 휘몰아치는 한국 사회에서는 더없이 필수적인 생존 법인데도 말이다.

우리네 삶이 책임이라는 미명 아래 수많은 일로 짓눌려 있다면 되돌아보자. 스스로 이상적인 기준에 맞춰 자신을 지나치게 몰아세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잠시 내 안의 모든 스위치를 끄고 '될대로 되라'는 마음가짐으로 유유히 삶을 헤엄쳐보는 것은 어떨까. 전유진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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