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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가서 본 내용이다. 하루를 살면서 가장 많이 가는 곳 중 한 장소가 화장실이다. 우연히 눈을 들어 보니, 앞에 짤막한 글귀가 조그마한 메모지에 적혀 있었다. "당신에게 오늘 기쁜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더도 덜도 아닌 그 한 마디. 피식 웃고 나왔는데 이상하게도 그 한 줄의 글귀가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왠지 정말로 나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 그 날은 매우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다시 그 글귀가 생각났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의 많은 사람들이 짜증을 내지도 않았고, 지하철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내 조그만 집이 내가 쉴 수 있는 평화로운 장소인 듯한 포근한 느낌, 약간 후덥지근한 날씨가 시원하게 느껴졌고, 어두운 길에 빛을 밝혀 주는 낡은 가로등이 친근하게 느껴지고, 그 위에 떠 있는 달이 환하게 웃으면서 나를 맞아 주는 그런 풍족한 느낌, 얼굴에 저절로 부드러운 미소가 새겨지고, 내일도 나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희망, 단 한 줄의 글귀. "당신에게 오늘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이미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이름도 모르는 매력 있는 사람을 만나 매력 포인트를 배우고, 상대의 매력을 더 돋보이게 한 하루였다.
아마도 내일 그 글귀가 또 생각날 듯싶다. "오늘 당신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그럴 거다. 매일 매일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성공한 삶이란 권력과 명예, 부(富)를 쌓은 삶이 아니라 매일 밤 편안히 잠들 수 있는 삶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양손에 떡을 쥐고 나무를 오를 수 없듯이 하나를 쥐면 하나를 놓아야 하는 것이 세상 이치다. 욕심을 버리지 못하면 편안한 잠을 잘 수가 없다. 처음부터 성실하지 못하면,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성공은 강 건너 불 보기다.
자연이 티 없이 맑은 바람을 만나 나무를 흔들어 꽃을 피우게 하고, 벌나비를 불러 모아 열매를 맺게 도와준다. 백 번 각오하고 다짐하는 것보다 한 번 제대로 깨닫는 것이 중요함을 안다. 상대의 뛰어남을 알아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진정 큰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내 가슴에 숨기고 있는 날카로운 마음을 지우고 감춘 비수를 버려야 대화, 타협, 소통이 가능하다. 들꽃은 무리 지어 필 때 더욱 아름답고, 사람은 서로 어울릴 때 더욱 향기롭다. 헤엄이 서툰 물고기, 키가 자라지 않는 나무, 덜 예쁜 꽃, 빠른 거북이와 느린 토끼의 다름과 차이를 볼 줄 안다. 서로 사랑해야 함을 안다.
내가 아닌 상대의 입장에 설 때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리기 시작한다. 내 마음을 붙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분별하여 그것을 내려놓아야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 용서가 그 자유의 첫걸음이다.
간절히 구하려면 소리를 높이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침묵도 간절한 기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 했다. 모두가 귀한 존재로 태어나 행복한 삶을 꿈꾸며 살고 싶어 한다.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희망한다. 상처 주거나 미워하지 말고 존중과 배려로 살아가야 하는 오늘이다. 성심성의껏 술잔을 따르듯 마음도 그렇게 따라 상대에게 주면 좋다.
지혜는 머리가 아니라 고요하게 흐르는 마음에서 나온다. 좋은 마음, 좋은 관계, 좋은 소통 속에 고요하게 잘 흘러야 올바른 지혜가 솟아 나온다.
신선한 공기, 빛나는 태양, 맑은 물, 친구들의 사랑…. 이런 것들이 내 곁에 항상 자리한다는 건 나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징조다.
겁내지 않고 하늘을 나는 꿈을 꾸는 사람은 성공한다. 내일의 꿈도 꿀 수 있다. 나는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줄 올바른 질문을 얻기 위해 오늘도 강물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어느 날 어느 순간 내가 혼자임을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지구의 한 귀퉁이에 내동댕이쳐진 듯 홀로 처절한 고독감을 맛볼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혼자가 아니다. 아픈 마음을 추스르고 주변을 잘 살펴보면 나에게 기쁨을 줄 사람이 얼마든지 있음을 발견한다. 아주 가까운 곳에…….
문희봉 / 시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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