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오르고 있는 아파트값을 두고 일부는 '비정상'이라고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동안 너무 안 올라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라는 반응도 있다.
지난해 7월 이후로 본격 상승기에 들어갔던 대전지역 아파트값은 그해 10월 정점을 찍었다. 이때는 서울을 포함해 전국 대부분의 광역시 집값이 요동치던 시기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다소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대전 아파트값은 또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정부 대출규제 등 여파로 부동산 침체가 전반적으로 번지고 있는데도 유독 대전만 오르는 '이상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바로 '부동산 투기세력' 유입이다. 지난해 도안과 서구 둔산 일대에는 외지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온 '큰 손'들이 아파트를 쓸어갔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아파트 쇼핑'으로 비유되기도 했다. 인기 부동산강사가 추천했다는 둔산 학원가의 아파트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런 소문들이 꼬리를 물면서 대전은 수익성 좋은 투자처로 떠올랐다. 투기지역으로 묶여있지 않아 타 지역에 비해 규제가 느슨한 것도 한몫했다.
실제로 대전에서 외지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급격히 늘었다.
2018년 8월(0.25%) 이후 외지인 거래가 증가하기 시작했고, 12월엔 0.35%를 차지하며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점차 감소하기는 했지만,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여전히 전체 거래량의 20% 이상을 외지인들이 사고 있다. 이 수치는 전국 광역시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전과 함께 '대·대·광(대전대구광주)'으로 불리는 대구와 광주조차 0.20%를 넘었던 적은 최근 2년새 없었다.
외지인들이 대전에 집을 사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내 돈으로 어디에 집을 사던 그게 뭐가 그리 대수일까.
집이 없으면 제발 그만 올랐으면 좋겠고, 집 가진 사람은 더 많이 올랐으면 하는 게 일반적인 심리다. 그런데 집값이 투기세력들의 장난으로 자꾸만 올라가면 대전지역 실수요자들은 초조해지게 된다. "지금이라도 사야 하는 것 아닌가", "더 늦기 전에 갈아타야 하나", 이런 분위기가 지역 전체로 확산될수록 불안한 수요자들은 무리하게 대출을 끌어당겨 '추격 매수'에 나서기도 한다.
아파트를 어디에다 얼마에 사건 그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외지 투기세력들이 깔아놓은 판에 지역의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생겨선 안될 것이다. 고민만 하다가 집을 못 샀다는 어느 지인은 지금 후회가 된다고 한다. 또 지난해 대출을 받아 무리해서 인기 동네에 집을 샀다는 다른 친구는 오르는 집값에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언제 떨어질지 몰라 불안한 마음도 있단다.
어느 쪽이든 아파트값을 부추기는 투기세력은 실수요자들에게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원영미 경제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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