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
나처럼 농사를 모르는 사람은 논에 물이 가득 차 있으면 벼가 잘 자라는 줄 안다. 하지만 논에 물이 항상 차 있으면 벼가 부실해져서 하찮은 바람에도 잘 넘어진다. 가끔은 물을 빼고 논을 비워야 벼가 튼튼해진다. 이처럼 인생도 때로는 삶의 그릇에 물을 채워야 할 때가 있고 때로는 물을 비워야 할 때가 있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우고 비우는 과정의 연속이다. 오늘은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채울까. 내일은 무엇을 채우고 무엇을 버릴까.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고 느낄 땐 각자 마음속에 자리한 저울을 들여다보자. 가끔 마음속 저울을 통해 가리키는 무게를 체크해 보아야 한다. 마음에도 진정 다이어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소(seesaw)는 받침점의 거리와 이에 올라앉는 사람의 무게에 따라 평형이 좌우된다. 그러므로 이를 잘 조정해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내 마음속 시소의 받침점은 균형이 잘 잡혀 있는지 궁금하다. 행여 열정이 무거워서 욕심을 가리키진 않는지. 사랑이 무거워져 집착을 가리키진 않는지. 자신감이 무거워져 자만을 가리키진 않는지. 여유로움이 무거워져 게으름을 가리키진 않는지. 자기 위안이 무거워져 변명을 가리키진 않는지. 슬픔이 무거워져 우울을 가리키진 않는지. 주관이 무거워져 독선을 가리키진 않는지. 이럴 땐 받침점을 옮기거나 한쪽에 무게를 보태면 된다.
돌아보니 늘 다툼이 앞섰다. 우리는 다름과 차이를 왜 불편한 것으로 인식하며 바둥거리며 사는가. 왜 자기와 다르면 틀린 것 아니면 잘못된 것이라 여기며 비난하는가.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니 다툼은 당연한 현상이다. 다양한 가치와 생각이 공존하고 소통하는 시대에 살면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름다움, 가운데 두 자를 거꾸로 하면 다름이다. 다름을 인정해야 비로소 아름다움이 시작된다. 서로 '다름의 아름다움'을 인정할 때 내 마음속에 평화가 살며시 내려앉는다.
직선과 곡선은 다르다. 다르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고 어우러질 때 아름다운 면이 탄생한다.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조절하는 기술, 거기서 아름다움이 나온다. 동심동행(同心同行)은 '함께 걸어감'을 뜻한다. 그 안에는 '서로를 위하여'라는 방향성이 내재돼 있다. 또한 '빨리' 가는 것이 아닌 '멀리' 가는 사회공동체 삶을 지향한다. 그러려면 먼저 과거를 성찰하고 나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처지와 상황을 인정하며, 미래의 희망을 위해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마음을 비우면 참 편안하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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