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그 시절 우리의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항구의 사랑'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그 시절 우리의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항구의 사랑'

김세희 지음│민음사

  • 승인 2019-06-27 14:25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항구의사랑
 민음사 제공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아이돌과 팬픽은 중고등학생 문화의 한 흐름이었다. 아이돌 헤어스타일을 따라 칼머리가 유행했고 '우리 오빠에게 여성 애인은 절대 안된다'는 마음으로 아이돌 그룹 내 커플을 정해 연애소설을 쓰는게 유행했다. 동시에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동성을 사랑하는 문화가 거세게 번져갔다. 그들은 아이돌 그룹 A군과 B군이 서로 사랑하고 섹스하는 이야기를 지어내고 읽으며, 사실이거나 사실이 아닌 모든 섹슈얼한 정보들을 배웠다. 그리고, 사랑이 있었다. 여학생들은 서로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사랑보다 멀고 우정보다 가까웠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강렬하게.

전작 <가만한 나날>에서 사회초년생들이 통과하는 인생의 '첫' 순간을 섬세하게 그리며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작가는 <항구의 사랑>에서 또 한 번 잊을 수 없는 첫 번째 순간을 선보인다. 사랑의 한복판에 있었기에 제대로 알 수 없었던, 몰랐기에 더 열렬했던 10대 시절의 첫사랑 이야기다.

소설은 목포를 배경으로 주인공 '나'에게 가장 영향을 줬던 세 여자와의 일들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쓰여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칼머리를 하고 힙합바지를 입고 '남자처럼' 건들거리는 어린 시절 친구 '인희', 유행에 휩쓸려 레즈비언인 척하는 애들 때문에 '진짜 레즈비언'들이 힘들어진다고 말하는 친구 '규인', 그리고 '내'가 단 한 번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여자 '민선 선배'가 그들이다.



대학생이 된 뒤, 주인공은 대학교가 기이할 정도로 이성애에 대한 찬양과 관심이 집중돼 있는 곳이기에 본능적으로 자신이 과거에 경험한 일들은 비밀에 부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영 그 시절을 묻어 두고 살 것 같던 어느 날, 별안간 찾아온 과거의 친구가 '나'에게 묻는다. "우리 고등학교 때 말이야, 그때 그건 다 뭐였을까?"

내내 묻어 두었던 한 시절이 결국 쓸 수밖에 없는 이야기로 탄생하기까지의 시간은 여자아이가 자라는 시간이다. 소설은 여자아이가 스스로의 욕망을 살피고, '작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기까지 길고 깊은 고민의 과정을 다룬다. 목포를 떠난 후 '나'는 서울로 와서 사귀게 된 대학 친구들과 애인이 된 남자 선배에게 자신이 여자와 사랑에 빠졌던 일에 대해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는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그 모든 것을 잊은 듯 덮어 버린 채 어른이 되었는지. 왜 이제야 그 이야기에 대해 말하고 싶은 건지.

소설은 '여자아이가 작가가 되기까지'라는 문학적 성장 서사에 '나는 누구이고, 누구와 사랑할 것인가' 하는 정체성 탐구 서사를 더한다. 동시에 여자가 느끼는 성적 욕망, 섹슈얼리티에 대해서도 눙치지 않고 담담하게 고백한다. 사랑을 복기하며 자라난 사람의 말간 목소리가 독자의 감정을 파도치게 한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