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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해 지음│민음사
'한국의 운명은 위태롭다. 흥미롭게도 생존이 걸린 남북문제조차 미국의 '허락'을 구한다.' 이것이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행여 사실이라고 해도, 과연 옳은 일인가. '전쟁 위협이 높아지면서 미국의 군수산업은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일국의 장관이 일개 신용평가 회사의 훈수를 듣고, 국내 지식인은 상상도 못 할 특강료를 주면서 미국 출신 전문가를 모신다.' 정부 관료뿐 아니라 정치인, 학자, 언론인, 종교인, 군인들까지 미국의 어깨 너머로 세상을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1권 '보이지 않는 족쇄와 달콤한 복종' 2권 '약소국의 눈물과 잿더미 위에 피운 꽃'이라는 부제를 달고 출간된 책 『지식패권』은 패권질서의 뿌리과 성장과정을 통해 지식권력의 실체를 파헤치고 국제사회 민낯과 파워엘리트 형성을 통한 권력의 작동방식을 읽어낸다. 극소수 엘리트 집단에 의해 통제를 받는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시작된 지식패권의 질서 속, 한국이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전략을 모색해야 할지를 논한다. 일단 '익숙한 방식으로만 보지 말고 좀 불편해도 다르게 보는 눈과 귀를 훈련해야 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게임을 벗어나기 위해 한국은 지금의 상황과 과거를 비교해보고 유럽, 남미, 중동과 아프리카도 만날 필요가 있다.
책은 경제, 안보, 정보 등 다양한 지점의 모순을 종합적으로 해명하고, 특히 이 질서의 특징이 무엇이며, 한국과 같은 성공적인 국가가 왜 자기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 등을 해명한다. 1부에서는 문제의 핵심을 바로 보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을 진단하고 2부과 3부에서 미국이 어떻게 국제사회를 움직이는지, 주변국들이 왜 자발적으로 참가할 수밖에 없는 질서가 형성됐는지 자세히 살핀다. 4부에서는 이라크전쟁, CIA가 주도한 쿠데타, '시카고 보이즈' 같은 미국의 '지식 아바타' 등을 다루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식패권이 어떻게 관철되고 있는지 분석한다. 이어 5부에서는 국내 엘리트들이 어떻게 미국의 양육을 받게 되었는지를 정치권, 학계(특히 경제), 종교계로 나눠 설명하고 6부에서는 덩샤오핑, 우고 차베스 등 대안질서를 모색한 정치 지도자들과 국내에서 구조적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온 이찬근, 정운영 같은 경제학자들을 소개한다.
책은 요직을 독점하면서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의 '고인 물'을 해결하고, '고용된 지식'에서 벗어나 이념 갈등을 중단하고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국제질서의 청사진을 위해, 주체적 입장에서 체계적인 지식 축적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함도 강조한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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