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얼마 전 한때는 홍등가로 전국에 유명세를 떨쳤던 대전의 한 골목을 남편과 차를 타고 지나가게 됐다. 지금은 물론 윤락업소는 보이지 않았지만 거리 전체가 노래주점이라는 간판을 달고 성업 중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일반 가족들이 가는 노래방과는 분위기가 달라 남편에게 "언제 저렇게 노래주점이 많이 생겼는지 놀랍다. 딱 봐도 일반 노래방은 아니지 않냐"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첫째가 물었다. "그래서 노래주점이 도대체 뭔데요?"
아이가 커갈수록 다양한 질문들을 던진다. 때로는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에서부터, 뉴스에 나오는 사건의 전후, 친구와 있었던 일의 잘잘못 등 범위와 내용도 광범위하다.
하지만 때로는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들도 많다. 위의 일들처럼 '마약', '노래주점' 혹은 고학년 형들이 하는 욕의 내용들을 물어볼 때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난감하다. 단어의 뜻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과연 8살짜리 아이에게 얼마만큼 사실대로 대답해야 할지 고민스럽기 때문이다.
최근 초등학교 근처 200m 거리에 성인용품이 들어섰다는 내용의 뉴스를 보았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매장의 주인은 간판을 내리고 블라인드로 매장 내부를 가렸지만 인근 학부모와 주민들의 불만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 길은 초등학생들은 물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차량들도 자주 다니는 번화가라고 한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선생님이나 부모들에게 해당 가게에 대해 묻곤 한다는데 얼마나 당황스럽고 같은 어른으로서 낯 뜨거울지 짐작이 간다.
감추거나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아이들이 모를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때가되면 언젠가는 알게 될 우리 사회의 명암. 내가 말해주지 않아도 아이는 언젠가는 마약과 노래주점은 물론 더한 일들의 뜻과 내용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되도록 천천히 알았으면 하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최근 뉴스를 틀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고유정 사건'. 그 끔찍한 뉴스를 아이가 보고 있을 때면 서둘러 채널을 돌리거나 아이에게 말을 걸어 뉴스를 보지 못하게 한다. 어른조차 감당 안되는 내용들을 8살 아이에게는 아직 알려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가 어릴 적에는 몸이 힘들지만 아이가 커갈수록 마음이 어렵다'는 말이 와닿는 요즘이다.
커가면서 점차 알게 될 세상은 아이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서혜영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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