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엄마 여행자, 길 위에서 위로를 얻다… '떠난다고 해서 달라지진 않지만'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엄마 여행자, 길 위에서 위로를 얻다… '떠난다고 해서 달라지진 않지만'

진명주 지음│와일드북스

  • 승인 2019-06-23 17:17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떠난다고해서달라지진않지만
 와일드북스 제공




결혼을 해서 남편과 아이가 있는 여성이 먼 여행을 떠나기 만만하지 않다. 가장 큰 장애물은 눈치다. 호텔보다 게스트하우스를, 자동차보다 자전거 여행을 더 좋아하는 저자가, 아이를 데리고 두 달간 배낭여행을 떠나겠다고 하자 주위로부터 비난이 쏟아진다. 모두가 반대하고 주저 앉히려 했다. 그러나 저자는 '떠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지만, 떠나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도 응원하지 않는, 두 달간의 동남아 여행 동반자는 일곱 살 아이였다. 새벽 3시 낯선 곳에 도착해 숙소를 찾을 때에도, 22시간씩 버스를 타고 장거리 이동을 할 때도, 한밤중 버스 고장으로 대여섯 시간을 무작정 기다려야할 때도 아이는 언제나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비오는 후에의 거리를, 호이안의 노란 돌담길을, 시엠립의 나이트마켓을, 앙코르 와트의 유적지 사이를, 올드 바간의 희뿌연 흙길을, 그리고 차웅따 해변의 모래밭을, 아이를 자전거 뒤에 태운 채 달리고 또 달렸다.

그렇게 베트남을 지나 캄보디아, 태국, 마지막으로 미얀마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깨닫는다. 자신의 젊음과 맞바꿨다고 생각한 아이가, 어느새 그녀 삶의 위로가 되고 있었음을. 시간이 갈수록 여행이 즐겁지 않다는 사실에 다시 우울해지고 말았을 때도, 위로가 되어준 건 아이였다. "엄마, 나는 미얀마가 너무 좋아요. 한국에 돌아가면 딱 하룻밤만 자고 다시 오고 싶어요." 때로는 막막할 수 밖에 없는 여행에서 숱한 눈물을 흘리지 않게, 절망감에 허우적거리지 않게 해준 아이에게 저자는 감사를 전한다.



책은 저자가 원고를 완성한지 7년만에 나왔다. 출판을 포기하고 묵혀뒀던 원고를 다시 읽는 건 예전의 자신과 아이를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또다시 버거운 일상 속 저자는 그 원고가 다른 누군가가 읽기를 바라고 써둔 글이 아닌, 여행에서 막 돌아왔을 때와 달라져 있을 자신을 위한 글이라는 걸 깨닫는다. 어느 한 시절의 감정으로 원고를 삭제하지 않았음을, 그렇기에 시간이 지나 책으로 낼 수 있음을 다행이라고 여긴다. 분명, 다른 독자들에게도 다행스런 일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