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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해서 남편과 아이가 있는 여성이 먼 여행을 떠나기 만만하지 않다. 가장 큰 장애물은 눈치다. 호텔보다 게스트하우스를, 자동차보다 자전거 여행을 더 좋아하는 저자가, 아이를 데리고 두 달간 배낭여행을 떠나겠다고 하자 주위로부터 비난이 쏟아진다. 모두가 반대하고 주저 앉히려 했다. 그러나 저자는 '떠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지만, 떠나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도 응원하지 않는, 두 달간의 동남아 여행 동반자는 일곱 살 아이였다. 새벽 3시 낯선 곳에 도착해 숙소를 찾을 때에도, 22시간씩 버스를 타고 장거리 이동을 할 때도, 한밤중 버스 고장으로 대여섯 시간을 무작정 기다려야할 때도 아이는 언제나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비오는 후에의 거리를, 호이안의 노란 돌담길을, 시엠립의 나이트마켓을, 앙코르 와트의 유적지 사이를, 올드 바간의 희뿌연 흙길을, 그리고 차웅따 해변의 모래밭을, 아이를 자전거 뒤에 태운 채 달리고 또 달렸다.
그렇게 베트남을 지나 캄보디아, 태국, 마지막으로 미얀마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깨닫는다. 자신의 젊음과 맞바꿨다고 생각한 아이가, 어느새 그녀 삶의 위로가 되고 있었음을. 시간이 갈수록 여행이 즐겁지 않다는 사실에 다시 우울해지고 말았을 때도, 위로가 되어준 건 아이였다. "엄마, 나는 미얀마가 너무 좋아요. 한국에 돌아가면 딱 하룻밤만 자고 다시 오고 싶어요." 때로는 막막할 수 밖에 없는 여행에서 숱한 눈물을 흘리지 않게, 절망감에 허우적거리지 않게 해준 아이에게 저자는 감사를 전한다.
책은 저자가 원고를 완성한지 7년만에 나왔다. 출판을 포기하고 묵혀뒀던 원고를 다시 읽는 건 예전의 자신과 아이를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또다시 버거운 일상 속 저자는 그 원고가 다른 누군가가 읽기를 바라고 써둔 글이 아닌, 여행에서 막 돌아왔을 때와 달라져 있을 자신을 위한 글이라는 걸 깨닫는다. 어느 한 시절의 감정으로 원고를 삭제하지 않았음을, 그렇기에 시간이 지나 책으로 낼 수 있음을 다행이라고 여긴다. 분명, 다른 독자들에게도 다행스런 일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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