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김수한 추기경이 “내탓이오”하는 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이 운동을 전개 하게 된 동기는 데모하는 시민들과 이를 진압하는 경찰관들이 명동성당으로 몰려들면서 서로 ‘네탓’이라고 책임전가를 하니까 국민의식을 바꾸어 보자는 뜻에서 “내탓이오”하는 운동을 벌였던 것이다.
당시 카톨릭 신자들은 자동차 뒤에 “내탓이오”하는 스티커를 부착하면서 이 운동을 법국민적으로 확산시키고자 노력하였으나 국민들의 호응이 미미하여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국민의식을 승화시키는 좋은 기회였으나 열매를 거두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느 목사님이 역설적인 설교를 하여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죄인들이 사는 가정은 화목하고 의인들이 사는 가정은 분쟁만 일어난다”는 것이다. 가정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모든 식구가 서로 “내탓이오. 내 잘못입니다. 내가 죄인입니다”라고 고백하는 가정은 늘 화목하고 행복한데 반대로 “네탓이다. 나는 잘못 없다. 나는 의인이다”라고 주장하는 가정은 늘 분쟁만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렇다. 인생의 거울이 되는 명심보감을 들여다보자.
한 색시가 시집을 간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하루는 밥을 짓다 말고 부엌에서 울고 있었다. 남편이 이유를 물으니 밥을 태웠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은 남편이 오늘 바빠서 물을 조금밖에 길어오지 못했더니 물이 부족해서 밥이 탓다고 자기 잘못이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부인은 감격하여 더 크게 울었다.
이때 부엌 앞을 지나가던 시아버지가 이유를 물었다. 사정을 들은 시아버지가 내가 늙어서 근력이 떨어져 장작을 잘게 패지 못했기 때문에 화력이 너무 세서 밥이 탓다고 아들과 며느리를 위로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시어머니가 이제 내가 늙어서 밥 냄새도 못 맡아서 밥 내려놓을 때를 알려주지 못했으니 자기 탓이라고 며느리를 감싸 주었다. 이를 고사성어로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한다.
가정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뜻대로 잘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국가도 여야는 물론 국민과 화목해야 일이 잘 풀리는 법이다. 지금 정부와 국회는 제대로 돌아가는 일이 없다. 한계에 봉착한 경제성장, 기로에 서 있는 북핵 문제, 신냉전의 미ㆍ중 패권전쟁 등 시급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데 국회는 식물화 돼가고 있다. 원인은 패스트트랙 문제로 서로가 코피를 흘리기까지 육박전을 벌린 까닭이다.
이제는 화해를 해야 된다. 가정에서는 부부간에 불화가 생겼을 때 남편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것이 하나님의 법칙이다. 국가는 힘이 있는 지도자가 먼저 야당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예수님은 죄가 없는 분인데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셨다. 지도자는 국민을 위해 십자가를 져야한다.
다시 명심보감으로 돌아 가보자. 울고 있는 며느리의 마음을 최초로 위로한 사람은 남편이고 다음은 시부모였다. 시부모가 내탓이라고 위로함으로써 며느리의 마음은 회복되었다. 대통령과 여당의 지도자들이 “내탓이오”하고 먼저 야당에게 손을 내밀면 국화만사성(國和萬事成)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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