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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을 높이 들고 손가락을 펼친 채로 손을 흔든다. 청각장애인들의 박수다. '반짝이는 박수소리'라고 부르는 이 동작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인문대학인 갤로뎃의 대학생들이 만든 표현이다. 조용하게 반짝이는 박수소리는 문화가 돼 청각장애 공동체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한국에서는 이길보라 감독의 영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다.
책 『손으로 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고』는 손으로, 몸짓으로, 표정으로 소통하는 청각장애인의 세계를 그린 자전적 에세이지만 저자는 청각장애인이 아니다. 청각장애인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둔 저자는 아버지가 교사로 일하는 청각장애 학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청각장애의 세계를 접한다. 그곳은 소리 없이 이해되는 말들의 온기로 가득한 세계였다. 그 온기가 좋았던 저자는 귓속에 작은 돌멩이를 보청기처럼 끼워 넣을 정도로 청각장애인이 되기를 바라지만, 어떻게 해도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수어통역사가 되기를 꿈꾼다. 그게 청각장애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방편이라고 여겼다.
'수어를 사용하는 언어적 소수민족'인 청각장애인은 '듣지 않을 뿐 뭐든지 할 수 있다.' 그들만의 모임과 극단, 대학, 잡지를 갖고 있으며 국제올림픽도 독자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수어로 생각을 발전시키고 정체성과 자긍심을 형성하며, 청각장애 학교를 중심으로 문화를 만들어간다. 그들이 듣지 못하는 건 장애가 아니다. 삶의 정체성의 핵심이다.
저자의 지적처럼, 소리를 듣는 것과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건 아무 관계가 없다. 소리 내 말하는 청인(聽人)들 사이에서도 소통은 단절되기 일쑤고 사소한 차이와 균열이 수없이 벌어진다. 그 틈을 메우는 건 소리의 유무가 아니라 소통하려는 의지다. 그런 의미에서 소통을 위해 몸을 움직이는 청각장애인들의 수어는 아름다운 힘의 언어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의지가 반짝반짝 빛나는 책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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