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팬들은 19일 '안방'인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이같이 외쳤다. 팀이 연패에 빠져 있는 데 이들의 내뿜는 열정은 연승 때와 변함이 없다. '보살팬' 애칭이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독수리 팬들의 열기는 경기 시작 전부터 뜨거웠다. 플레이볼 까지 1시간여 남았지만, 이글스파크에는 관중들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19일 구단이 집계한 관중 수는 6874명, 전날에는 5008명이 찾았다. 지난 시즌 가을야구 진출로 한참 기세를 올렸던 때 보다는 올 시즌 팬들의 야구장을 찾는 빈도가 다소 줄었다.
하지만, 독수리의 부활을 염원하는 팬들의 응원은 이런 때일수록 빛을 발하는 듯 했다. 한화 상징 컬러인 주황색 유니폼은 물론 흰색과 회색, 검은색 과거 줄무늬 유니폼까지 이글스파크에는 형형색색 한화 팬들로 파도를 쳤다. 이들의 눈빛에는 '더욱 열심히 응원하리라'는 결연한 의지까지 엿보였다.
계룡에서 친구와 함께 온 동우진(18)군은 "야자(야간자율학습) 대신 경기장에 왔다. 최근 경기는 답답하긴 하지만 제자리로 온 거 같다"며 "한화의 매력은 언젠가는 우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게 하는 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잘하면 좋겠지만 주전 선수들이 너무 없어서 과한 바람인 듯하다. 그저 선수들이 안 다쳤으면 좋겠다"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표했다.
온 가족이 모두 한화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총출동한 경우도 있었다. 유진호(중구 산성동)씨는 다른 지역으로 파견 갔다가 대전으로 돌아온 지 20일째, 가족들과 경기장부터 찾았다. 그는 "(지는데도) 끈기 있게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한화의 매력이다. 계속 지고 있지만, 아직 남은 경기가 많다"고 희망을 노래했다. 이어 " '보살팬' 이라고 불리는 것은 십 년 넘게 (우승을)못 하고 있어 그렇게 비치는 듯하다. 그렇게 따지면 롯데도 보살 팬이 아닌가"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한화는 20년 전인 1999년 롯데와의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이후에는 우승 반지와 인연이 없다.
고해정씨도 "의리로 응원한다"며 우스갯소리로 답했지만 "오랫동안 희로애락을 같이 했던 기억에 보살 팬이 된 거 같다"며 한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게임에서 이기든 지든 팬들은 변하지 않을 거다. 성적이 어떻게 나오는 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끈질기게 경기에 임해 지더라도 박진감 있는 경기 보여줬으면 한다"며 이글스에 대한 무한애정을 과시했다.
20일 롯데와의 주중시리즈 마지막 경기 전까지 7연패에 빠진 한화는 29승 43패 승률 4할에 턱걸이 하며 9위로 쳐져 있다. 가을야구 진출 마지노선인 5위와의 승차는 7경기나 된다. 통상 3경기 차를 따라가는 데는 한 달 가량 걸리는 것을 감안할 때 포스트시즌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하지만, 독수리군단은 포기할 수 없다. '보살팬' 때문이다.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만난 '보살팬'들은 독수리군단이 지금은 연패(連敗)해도 언젠가는 한국시리즈에서 연패(連覇)하며 고공비행하는 황금기를 꿈꾸고 있었다. 독수리군단이 올 시즌 남은 경기에서 부진을 씻고 대반전을 이뤄내는 것만이 이같은 '보살팬'들의 정성에 보답하는 길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미국 메이저리그 전설 요기베라(Yogi Berra)의 명언을 곱씹을 때다. 박병주 기자·유채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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