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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지음│민음사
'더 나은 사람으로 진화하려면 시적인 인간이 되어야 한다. 시적인 인간이란 어떤 사람인가? 일상의 리듬에 삼켜지는 사람이 아니라 일상의 리듬에서 튕겨져 나오는 사람이다. 굳이 시를 쓰지 않더라도 일상의 안락에 취해 의식이 마비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 항상 예민한 도덕적 촉수를 갖고 시대를 직관하고 대중의 척도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다.' ―'일상의 겉과 속'_호모 포에티쿠스
형용사 '호젓하다'는 사전적으로 '매우 홀가분하여 쓸쓸하고 외롭다'고 정의된다. 쓸쓸하고 외롭다보다 매우 홀가분하다는데 포커스를 맞춰보면 넓은 호수에 띄운 배 안에서, 노를 놓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기분을 상상할 수 있다.
장석주의 신간 『호젓한 시간의 만에서』는 그 제목에 걸맞게 홀가분한 여유를 권하는 책이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시대라는 파도에 휩쓸리거나 시간의 빠른 급류에 떠밀리고 있다. 작가 역시 젊은 시절의 긴 시간을 시대의 흐름에 그저 휩쓸려 살았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혹독한 표류를 경험한 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다다른 곳이 '호젓한 시간의 만'이다. 잠시 땅에 발을 딛고, 고요하고 외로이 스스로의 일상을 사유하는 삶이 펼쳐지는 곳이다.
삶의 속도를 늦추고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을 둘러본 작가는 잠시 멈춰 일상을 바라보는 것의 중요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간의 다양한 정체와 본질에 대해 사유하고 질문하도록 이끌어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과 신비로움을 엿보게 한다.
작가는 바닷가에 흩어진 모래알 같이 '무수한 다름과 복잡성을 품고 흩어져 있는' 인간의 모습을 27가지 유형으로 정리했다. 인간은 낮의 노동과 소비에서 해방되는 축복의 시간을 만끽해야 할 '호모 나이트쿠스'이며 추억으로 빚어진 '호모 노스탤지어스'이자 바람이 불 때 설레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히는 '호모 노마드'다. '인문학으로 만나는, 인간이라는 빛나는 모래알'을 호젓하게 바라보는 시간은, 결국 일상을 숙고하며 인간다움을 고민하는 삶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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