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톡] 남 탓하면서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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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톡] 남 탓하면서 살아요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

  • 승인 2019-06-17 20:16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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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 뱅크
'웬만하면 남을 탓하십시오. 잘못된 일은 남의 탓이든지 아니면 운이 나빠서 그런 것입니다. 시험을 못 본 것은 선생님이 잘못 가르쳐서 그런 것이지 내가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책임을 질 일도 없습니다.'

위 글은 미국의 경제학자 벤 스타인의 '당신의 인생을 망치는 방법'이란 책에 나온 인생을 망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인생을 잘 살기 위해서는 남 탓을 하기보다는 먼저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역설이겠죠. 그런데 실제로 남 탓을 많이 하는 사람은 자신이 남 탓을 하는지 모르고 살아갑니다.

정말로 남 탓을 많이 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내가 아픈 것은 약을 미리 안 챙긴 엄마 탓이야, 키가 작은 것은 유전이니까 외할머니 탓이야. 공부를 못하는 것은 컴퓨터를 언니가 먼저 써서 내가 못하니까 언니 탓이야. 형편이 어려운 것은 돈을 조금 벌어오는 아빠 탓이야. 심지어는 사람이 아닌 물건에까지 탓을 합니다. 뛰어가다 넘어지면 땅바닥 때문이야. 생선을 먹다가 입에 찔리면 생선 때문이야. 자신의 부주의로 인한 자동차 사고도 자동차나 신호등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형성된 이런 행동은 성찰이 되지 않으면 어른이 되어서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까운 사람에게 편집증적으로 심하게 이유를 돌립니다. 그 때는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인까지 고통스럽습니다.

'때문이야'를 '덕분이야'로 고쳐서 말하면 사람이 달라집니다. 표정이 달라지고 행동이 달라지고 마음이 달라집니다. 실제로 남 탓을 하는 사람을 살펴보면 부정적으로 행동하며 불평불만도 많습니다. 남 탓은 심리학 용어로는 투사에 가깝습니다. 투사는 방어적 과정으로 자기의 흥미와 욕망이 다른 사람에게 속한 것처럼 지각되거나 자신의 심리적 경험이 실제 현실인 것처럼 지각되는 현상이며 무의식적인 변형을 거칩니다.



프로이트(1911)는 쉬레버라는 편집증 환자에 대한 설명에서 '그 환자는 자신의 성적 및 공격적 느낌을 신에게 투사하여 신에게 박해받는다는 망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동성애적 소망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사랑의 감정을 미움으로 변형시켰고, 이러한 왜곡된 대체물을 신과 다른 사람들의 탓으로 돌렸다'고 했습니다.

투사는 편집증적 개인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원하는 대로 안 될 때 명백히 드러납니다.

분석가들은 투사가 초기 유아기에 겪었던 공생 경험을 나타내는 것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투사는 정상적이고 병리적인 상태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그 차이는 개인이 투사된 내용을 타당한 것으로 믿는 정도에 달려 있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현실 검증에 대한 개인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이론에서는 투사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죄의식, 열등감, 공격성과 같은 감정을 돌림으로써 부정할 수 있는 방어기제라고 합니다. 남을 탓하는 것은 자기의 인생을 망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왜 그럴까요?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삶인데 스스로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인생을 망친다는 것입니다. 남 탓을 하면서 책임질 줄 모르는 삶은 실패한 삶입니다.

김종진 여락인성심리연구소 소장

김종진원장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는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대표와 여락인성심리연구소 김종진 소장이 격주로 칼럼을 게재하는 가운데 '심리'의 창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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