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섭 대전시립무용단 예술감독 |
황재섭 대전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은 지난달 1일 첫 공식 임기를 시작한 이후 약 47일 동안 단원들과 '춤의 언어'를 나누고 있다.
17일 기자간담회에 앞서 공개된 시립무용단 연습실에서도 춤의 언어는 고스란히 느껴졌다. 섬세한 한국무용의 선을 살린 동작 하나하나, 일사 분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대열의 빈틈까지, 짧은 연습장면에서도 황재섭 예술감독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었다.
황재섭 예술감독은 취임 후 첫 미션으로 '고암 이응노'와 마주하게 됐다.
무용과 그림의 만남은 신선하면서도 대전의 대표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시와 예술단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황 예술감독은 "올해부터는 대전방문의 해다. 현재 대본을 쓰고 있는데, 동백림 사건으로 한국에 돌아올 수 없었던 이응노 화백의 삶을 담아내고자 한다. 여기에 동시대에 살았고, 같은 아픔을 지닌 윤이상 선생의 곡을 사용해서 예술가의 삶에서 볼 수 있는 고뇌와 아픔을 표현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술가의 삶을 보여주는 큰 틀은 액자다. 닫히고 열리는 크고 작은 액자를 활용해서 군상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예정"이라며 "윤이상 선생의 음악이 멜로디가 아닌 상황이나 느낌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춤과 음악이 잘 어우러질 수 있는 무대를 연출 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실제로 황 예술감독은 수시로 이응노 미술관으로 달려가 그림을 보고, SRT 수서역에 걸린 이응노의 그림을 보며 영감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10월 정기공연에 앞서 9월에는 전국 6개 예술단과 합동 공연을 대전시립연정국악원 큰마당에 올린다. 작년 연말과 올해 초 대거 교체된 전국 무용단체장과 인연이 있는 황 감독이 '감독전(가제)'이라는 이름으로 준비한 공연이다. 6명의 예술감독이 독무를 추고, 대전시립무용단이 춤을 추는데, 이는 경합이면서도 화합의 장이 될 전망이다.
취임 47일째, 황재섭 예술감독은 대전시립무용단에 자신의 춤의 언어를 고스란히 입히기까지, 약 1년의 시간을 내다보고 있다.
황 예술감독은 "무용은 몸으로 보여줘야 한다. 여러 동작을 흡수해 놔야 어떤 춤이든 표현할 수가 있다. 현재는 단원들이 정형화돼 있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스타일을 입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단원들이 기본적으로 갖춘 기량을 어떻게 끌어내고 발전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시기"고 말했다.
황재섭 예술감독은 "이응노와 윤이상이라는 인물을 바라볼 때 단지 추모의 형태는 무의미하다.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보다는 왜 지금 이야기 해야 하는지 집중해야 한다. 시대 상황, 무대에 올려지기 위한 장치까지 무용에도 시의성이 필요한데, 두 사람의 이야기는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황재섭 대전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은 국립무용단 주역과 최연소 조안무를 거쳤다. 안무자로는 드물게 대본과 연출을 직접 주관하고 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17일 연습중인 대전시립무용단 단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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