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요청으로 고 장자연 사건 증언자로 ‘윤지오’ 씨가 등장하자, 언론과 방송, 그리고 SNS에서 강력한 신드롬 현상이 발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수사 독려 직후부터 정치인들마저 신드롬 구축에 가세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정치는 복잡한 비즈니스이기에 어떤 사건이든 정치와 이념 및 권력이 접목되면 본질이 훼손되기 십상이다.
연일 윤지오 씨를 내세워 여론몰이에 심혈을 쏟은 언론과 방송사들은, 증언의 실체와 진실규명보다 윤지오 씨의 주장을 날 것으로 수용하는 데 급급했고 슬그머니 뒷전으로 밀려났다. 작금에 이르러 망자에겐 유구무언이다.
윤지오 씨는 출국 직전까지 언론과 방송사를 향해 일방적으로 매몰찬 비난과 불만을 쏟아냈다. 언론의 책무인 진실 취재와 의혹 제기의 패기도 사라지고, 무슨 연유인지 몰라도 언론과 방송은 한동안 침묵했다. 수년간 갈고 닦은 라이브 방송에서 획득한 노회한 경험 탓일까, 취재기자의 사실확인 질문에 윤지오 씨의 짜증 섞인 횡설수설 답변 장면은 압권이었다.
윤지오 씨가 스스로 내보여준 말과 행동이 시나브로 어긋나기 시작하면서, 캐나다에서 펼쳐지는 라이브방송 탓인지 국면이 점차 이상하게 흘러갔다. 이 대목에선, 거짓말쟁이일수록 다른 사람보다 기억력이 좋아야 한다는 스페인 속담이 떠오른다.
유튜브 방송 중에 윤지오 씨의 신한은행 개인계좌가 공개되자 4시간 만에 1억 3천만원이 쏟아졌고, 그 총액에 대해선 당사자는 아직도 함구하고 있다. 아무튼, 후원금은 ‘윤지오신드롬’의 위력이 입증된 걸출한 사례다. 다른 후원계좌가 있는 '지상의 빛'과 "굿즈와 키트제작 캠페인 후원 모금함 개설(심사 중)". 이런 곰살궂은 시도가 윤지오 씨의 인스타그램에 지금도 내걸려 있다.
윤지오 씨의 자의적 접근으로 소통을 시작했던 김수민 작가. 김 작가는 윤지오 씨와 SNS 대화는 물론 연일 쏟아지는 발언에서 감내하기 어려운 상치 지점을 직접 봤다. 윤지오 씨의 속내를 지근에서 판단할 수 있는 김 작가는 법에 진실규명을 호소했다. 윤지오신드롬의 회오리 속에서 김 작가의 대응은 두려움을 극복한 용기에서 출발했다. 윤지오신드롬의 부역자들과 그 배후를 생각하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김 작가의 용기가 일명 네티즌 수사대 활동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들은 인스타그램에서 윤지오 씨에 대한 각종 정보와 심지어 보기 민망한 민낯의 장면들까지 쏟아냈다. 검경은 물론 언론과 방송마저 손 놓고 있을 때, 윤지오 씨의 기망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난과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이들은 현실 생활을 짬짬이 접어두고 정신적 압박감과 실망감의 고통을 이겨내며 시간과 능력을 투자했다. 후원금 반환소송 제기 이면엔 이들의 노고가 함께 배어있다.
지금까지 네티즌이 축적한 각종 정보와 윤지오 씨를 상대로 전개되는 다양한 소송 건들을 보면, 윤지오 씨에 대한 입국 수사가 불가피한 수위에 와 있다. 상황이 악화된 것을 인지한 일부 언론과 방송, 그리고 정치인들마저 윤지오 건에 침묵하고 있다. 유튜브에서도 윤지오 씨를 소재로 하는 콘텐츠가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윤지오신드롬의 사회적 병리현상에 대한 저항이자, 진실을 찾으려는 합심의 외침으로 판단된다.
이젠 우리 국민도 윤지오신드롬에서 탈출해야 한다. '진실의 눈'을 부릅떠야 한다. 진실을 향해 눈을 감아도, 진실은 우리를 보고 있다. 윤지오 씨는 목숨까지 걸고 입국했던 당당하고 유일한 증인이 아니던가. 급거 출국 할 때의 그 당당함과 일갈이 생생하다.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한 줌의 진실이라도 내보일 수 있도록 윤지오 씨의 자발적인 입국수사를 기대한다./서준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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