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도시계획위 심사를 앞두고 대전시청 북문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월평공원 갈마지구 지주들. |
우선 토지주들로 구성된 월평공원 갈마지구 지주협의회(회장 여한구)는 사유지 펜스 설치 등 실력행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전국적으로도 장기미집행 공원시설 일몰제가 눈앞으로 다가오며 진입로에 대해 등산, 산책을 위해 찾는 일반인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월평공원은 명백한 사유지로 소유권이 없는 시민 이용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등산로 출입구를 막은 서울 서초구 서리뜰 근린공원과 사유지 경계를 둘러 펜스를 설치한 서울 강북구 오동 근린공원의 한 법인 소유 토지를 사례로 들었다.
지주협의회는 올 1월과 설 명절 연휴 전인 2월 두 차례에 걸쳐 등산로 3곳을 폐쇄하며 진입금지 조치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월평정수장 입구와 갈마동에서 진입하는 2곳 입구에 철조망을 설치해 진입을 금지했었다
갈마지구 한 지주는 "대전시가 추진한다고 해서 특례사업 제안서를 받아 3번에 걸친 공원위원회 심의와 각종 토론회까지 해놓고 엎어버렸다. 앞으로 지주들은 더 적극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4년 동안 재산권 행사도 못 하고 세금만 냈다. 사업이 물거품이 됐으니 대전시장은 약속대로 전체 토지를 매입하거나 아니면 그에 준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토지매입 대책과 함께 월평공원 갈마지구의 토지 사용료를 적정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무려 4년간 특례사업을 준비해 온 사업제안자 측이 대전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크다. 이미 매봉공원 사업자는 부결 이후 매몰 비용 청구를 위한 손해배상 절차와 함께 도계위가 사업 가부를 결정한 것에 대한 행정소송 준비에 돌입했다.
갈마지구 사업자인 ‘월평파크피에프브이' 역시 이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칫 허태정 대전시장 임기 내내 관련 행정소송에 대전시 현안사업이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계위 심의장 앞에서 양쪽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월평공원 지주들<오른쪽>과 정의당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 |
우선 대전시가 갈마지구 전체 부지를 매입하는 것이다. 또 일몰 여부에 관계없이 공원이 해제되도록 놔두는 것과 공원 조성에 쓸 토지만 매입하는 시나리오다.
그런데 전체 부지 매입은 재정부담이 커 지방채 발행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지자체마다 연간 발행 가능한 지방채 한도가 정해져 있는 데다, 국가에서 한도를 늘려준다고 해도 모든 시민을 빚쟁이로 만든다는 점에서 반대여론이 높다
그렇다고 시가 공원으로 쓸 땅만 매입하면, 매입해주지 않은 다른 지주들이 박탈감과 차별로 인해 반발하고 나설 것은 뻔하다.
또 공원이 풀리게 둔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난개발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월평정수장 인근 16만5289㎡(5만평)과 갈마아파트 인근 6611㎡(2000여평) 토지는 개발하겠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을 정도다. 갈마동 일대 주민들도 이 부분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갈마동 주민들로 구성된 ‘월평공원 잘 만들기 추진위원회’(회장 도기종) 역시 대전시가 전체 공원부지를 매입하도록 압박할 방침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민간특례 사업은 공원도 지키고 난개발도 막는 고육지책이다. 원안대로 추진됐다면 주변 아파트 일조권도 지키고 주차부족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대전시가 전체 부지를 매입해 공원을 조성하도록 주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단체도 아무런 대책도 없이 공원을 보존해야 한다고만 주장할 게 아니라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고 얘기하라"고 비판했다.
한편 월평공원 도계위 재심의는 유례없이 비공개 투표로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시장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공무원 신분 위원들이 투표에 참가한 것과 중립 위치에 있는 위원장에게 투표권을 줄지 말지 결정도 없이 투표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공정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원영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