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대표팀은 직전 대회인 2017 U20 월드컵에 출전한 백승호(지로나)와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등과 비교해 스타성과 경기력이 떨어진다며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든 연령층인 이른바 '골짜기 세대'로 불렸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나니 달랐다. 포루투칼-아르헨티나-남아공 등 세계 축구 강호와의 조별리그를 2승 1패를 통과하더니 제대로 탄력이 붙었다. 16강전에서 숙적 일본을 1-0으로 격파했고 8강에서는 이 대회 우승 후보 중 한 팀으로 꼽혔던 세네갈과 혈전 끝에 전후반 연장을 3-3으로 비긴 뒤 PK에서 3-2로 승리 36년 만의 4강 신화를 재현하며 '황금세대'의 등장을 알렸다. 이들의 질주는 4강에서 멈추지 않았다. 남미 챔피언 에콰도르 마저 1-0으로 꺾고 새 역사를 만들었다. FIFA 주관대회 남자 축구 최고성적을 올린 것이다. 비록 결승전에서 우크라이나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지만, '황금세대'의 등장은 2020 도쿄올림픽과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의 국민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벌써 A대표팀의 손흥민과 황인범 등 스타들과 이번 U20 대표팀 핵심전력이 어우러지는 한국축구를 상상하며 축구팬들은 설레고 있다.
정정용호의 중심에는 충청축구의 DNA가 고스란히 이식돼 있다. 프로축구 K2 대전시티즌 주전 센터백 이지솔과 측면공격수 김세윤, 아산무궁화 스트라이커 오세훈, 예산출신 '거미손' 골키퍼 이광연 등은 결승전에 나란히 선발 출전 U20대표팀의 중심을 잡았다.
이지솔은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 후반 종료 직전 극장골을 터트리며 축구팬들의 뇌리에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고 김세윤은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에서 이강인의 PK선제골을 유도해 냈다. 이광연은 결승전 3골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준결승까지 6경기에서 5골만 허용하는 등 슈퍼 세이브 행진을 벌였다. 오세훈은 조별리그 최종전인 아르헨티나 경기와 숙적 일본과의 16강전에서 헤더 골을 작렬로 '원샷 원킬' 면모를 뽐냈다.
분명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이번 대회 준우승의 성과에도 유독 유럽팀에 약한 것에 대한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대표팀은 이번 대회 7전 4승 1무 2패를 기록했는 데 두 번의 패배가 모두 유럽팀과의 경기에서 나왔다. 포루투칼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0-1로 패했고 결승전에서 우크라이나에 1-3으로 패했다. 반면 아시아권인 일본에는 1-0으로 승리했고 아프라카 세네갈(3-3무 PK3-2승)과 남미인 에콰도르(1-0승)와 아르헨티나(2-1승)도 넘었다. 유럽은 기술과 패싱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는 남미와 아시아권과는 달리 힘과 체력을 바탕으로 하는 선 굵은 축구를 선호한다. 선수 개인의 피지컬로 한국보다 대부분의 팀이 우세하다. 한국축구가 이번 대회를 변곡점으로 세계축구의 탑클래스로 도약하기 위해선 유럽 축구를 상대할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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