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세무사 |
상담에 참여하신 납세자 대부분이 오랜 시간 전통시장을 지켜오면서 최근 불경기 바람을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전통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해왔지만, 이분들의 상황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다. 심지어 상담 중 울분을 터트리시는 분들도 있었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소비행태의 변화와 최저임금인상 등 여러 제약은 가뜩이나 힘든 영세 자영업자의 가슴을 더 답답하게 만들었다.
올해 국세수입이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덜 걷히고 경기부양을 위한 확장적인 재정 지출을 펼치면서 재정수지 적자 폭이 사상 최대치로 커지고 있다. 올해 4월까지 국세수입이 지난해 대비 5천억 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부진과 부동산 거래절벽이 그 원인으로 보인다.
확대된 재정지출을 차치하더라도 몇 년간 주변 납세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느껴온 불황이라는 경제 현실이 이제 그 한계점에 다다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초과 세수가 유지된 것은 실질적인 경제성장의 성과라기보다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분석기법을 통해 행정지도와 세무조사를 추진해온 국세청 덕이 아닌가 싶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투자 감소, 일자리감소, 빈부 격차 확대 등 더 나아진 것이 없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동안의 세수호황이 경기와 무관하게 기업과 개인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 이뤄진 것이라면 향후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앞으로의 세수확보는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징세의 측면에서도 공평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최근 종부세 증세방안, 대기업 위주의 증세 등 특정 소득계층을 표적으로 해 세법개정이 이뤄지고 있다. 근로자의 40% 이상이 근로소득 면세자에 해당한다. 누구는 세금 한 푼 안 내고 누구는 거의 소득의 절반을 세금 등으로 부담한다. 그렇다고 세금을 많이 낸다고 국가에서 따로 보상해 주는 것도 아니다. 고액납세자에 대한 사회적인 존경이나 혜택도 전무하다. 상대적 박탈감은 소득의 격차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세수가 많으면 정부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더 많은 재정지출 확대로 여러 혜택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한 일이다. 일자리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현 정권에서 책임질 수 없는 공무원 증원을 계속하고 있다. 한번 만들어 놓은 지출은 되돌릴 수는 없다. 과연 이 많은 빚덩어리를 누가 감당하게 될 것인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이라면 납세자의 불만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한 명의 국민으로서, 한 명의 납세자로서 내가 부담하고 있는 의무에 대해 회의감이 들지 않았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다. /이동환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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