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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본인 조건도 따져보지 않고 뉴스만 보고 신청했지만, 비은행권에서 이용 중인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조금 낮출 수 있었다. 대출 신청 당시와 소득액 변경으로 건강보험료가 달라졌거나, 신용등급이 오른 것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취업에 성공했거나 올해 직장 내에서 승진했더라도 금융권에 대출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으며 신용등급이 상향돼도 가능하다.
지난 12일부터 '금리 인하 요구권'이 금융 소비자의 법적 권리로 받아들여지도록 법제화가 됐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금리 인하 요구권이 시행되는 현장방문 행사를 열고 이 제도를 본격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앞으로 금융회사는 소비자에게 금리 인하 요구권을 반드시 의무적으로 안내하고, 소비자는 신용상태 개선 시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신청을 받은 금융회사는 10일 이내에 결과와 사유를 알려야만 한다.
2002년 이후 은행 등은 대출 이후 소비자의 신용상태가 개선된 경우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를 자율적으로 시행해 왔다. 하지만 이 제도가 소비자에게 충분히 고지되지 않고 법적 구속력이 없다 보니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금리 인하 요구권' 안내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은행법, 보험업법, 상호저축은행법,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개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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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신용등급이 5등급인 고객이 카드연체 등이 없고 대출원금과 이자를 꼬박꼬박 잘 상환해 등급이 몇 단계 상승했다면, 금융사에 신용등급이 올랐으니 금리를 내려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
이번 법제화는 그동안 '여신거래기본약관' 등의 규정에 따라 운영해 왔던 소비자의 금리 인하 요구권을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로 격상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금융회사는 금리 인하 요구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고객에게 알릴 의무가 있는데, 이를 위반했을 경우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지난해 금리 인하 요구 신청 건수는 모두 36만건(52조원)에 달했다. 이중 요구권이 받아들여진 대출 건수는 모두 17만1000건, 47조원으로 은행·보험·저축은행 등 합산한 연간 이자절감액은 4700억원에 이른다.
법제화가 이뤄지기까지 17년이 지나는 동안 영업점 방문을 하지 않고도 비대면으로 손쉽게 금리 인하를 신청할 수 있도록 진화되어 오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스마트폰 앱이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금리 인하를 신청해도, 대출 재약정을 하려면 창구에 직접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올 11월부터는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재약정할 수 있게 절차가 개선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리 인하 요구권은 금융회사가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고객은 실질적인 혜택을 얻게 되는 윈윈 제도"라며 "고객의 권리를 위해 대국민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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