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시작 전, 우승 후보인 포르투갈, 아르헨티나와 같은 조에 속하면서 조별예선 통과도 어렵다는 견해가 많았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포르투갈에 0:1로 패한 뒤, 예상과 달리 5연승 하며 결승에 안착했다. 뭇 사람들의 견해를 깨트린 요인이 무엇일까? 운동경기 성적은 체력, 기술, 팀워크, 작전, 응원, 환경 등 종합적 힘의 산물이다.
먼저 팀워크이다. 매 경기 후 인터뷰를 보면, 하나같이 공을 남에게 돌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선수와 지도자 모두 다르지 않다. 어린 선수들이 어쩜 그럴 수 있을까? 그동안 많은 팀이 하나임을 강조했으나, 그렇게 되지 못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해방 이후 좌우의 극한 대립과 분열로 우리 사회가 혼란을 겪을 때 단결을 호소하며 이승만이 전한 말이다. 지금도, 미래에도 유용한 말이다. 힘을 합치는 것은 배가가 아니라 그 이상이 된다.
팀워크는 상호 믿음에서 출발한다. 선수와 지도자 상호 신뢰가 두터워 보인다. 하고 싶은 전술 및 전략이 있어도 선수를 믿지 못하면 구현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작전도 선수들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선수 개개인 모두 거명하지 못하지만, 모두의 희생과 열정이 차고 넘친다.
자신감이다. 예선리그는 조심스러웠다. 전반에 지키고 후반에 승부를 거는 전략으로 보였다. 준결승전 경기 모습을 보면, 볼을 다루는 능력, 패스가 자신감이 넘친다. 스스로 왠지 위축되던 과거 모습은 사라진 듯하다. 갈수록 완성되어 가는 모습, 예전 강팀에게서나 보던 모습이다. 이강인의 프리킥이나 최준의 골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골 다음, 과거와 같이 지키는 것으로 일관하지도 않았다. 조영욱의 폭풍 드리블과 연속 슛, 엄원상의 무효 골은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11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전반 이강인이 에콰도르 진영 중앙에서 슛을 하고 있다. 연합DB |
체력이다. 과거 우리는 체격이나 체력에서 여타지역에 밀렸다. 8강전에서 만난 세네갈 등에 다소 뒤지기는 하였으나, 이제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기술로도 볼 수 있는 속도, 운동능력 등도 일정 부분 극복한 것이 확연하다.
정정용 감독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비난의 대상이었다. 색깔, 전술도 없고, 동기부여도 부족하다는 악평을 들어야 했다. 이번 대회에서 매 경기 다른 포메이션(Formation)을 선보였다. 한 경기에서도 필요에 따라 수시로 배치를 바꿨다. 그만큼 상대 팀 연구가 치밀하고 정확하다는 말이다. 그를 '제갈용'이라 부르는 선수도 있었다. 준결승전에 그동안 별로 뛰지 않던 고재현과 김세윤을 선발로 세우거나, 수비 시 상대를 왼쪽으로 몰아 압박한 뒤 역습하라, 에콰도르가 측면공격에 취약하다 등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전략 전술이 돋보인다. 과학적인 분석과 관리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선수의 체력회복과 안배에도 과학적 방법을 총동원하였다.
이 모두가 인프라 구축에서 비롯된다. 2005년 KBS에서 '날아라 슛돌이'를 제작 방영하였다. 2013년까지 6기가 활동하였다. 2007년 이강인은 3기 주장이었다. 즐기는 축구, 재미있는 축구의 보급과 확산이었다. 선수 모두 탁월한 실력은 기본, 끼와 재능을 겸비한 만능 플레이어로 불리었다. 당시 이강인은 노력하는 축구 천재, 강력한 에이스로 별칭이 주어졌다. 플립플랩, 마르세유턴, 라보나킥, 시저스 등 고난도 기술을 선보여 유상철 감독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인프라는 선수만이 아니다. 상대와 관중 없는 경기는 경기라 할 수 없다.
일요일 새벽 1시에 열리는 축구 폴란드 U20 월드컵 결승전에 온 국민이 함께했으면 한다. 응원도 하나의 선수라 하지 않는가? 기쁨과 즐거움은 우리 모두에게 고루 나뉜다. 화합으로, 활력으로. 도산 안창호(島山 安昌浩, 1878 ~ 1938)의 힘의 3 명제를 빌려본다. 만물은 힘의 소산이다. 힘은 키우면 키울수록 커진다. 함께 할수록 기하급수적이다. 일은 힘의 크기에 비례한다. 큰 힘은 큰일을 해낼 수 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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