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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떠나는 우리 동네 식물여행
황경택 지음│뜨인돌
자연을 만나려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고 흔히들 생각한다. 산이나 바다, 또는 식물원이나 공원 등등. 그런 생각 속에는 하나의 전제가 깔려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네'라는 공간은 자연과 동떨어진 삭막한 장소라는 것. 고층아파트로 둘러싸인 대도시의 주택가는 더욱 그렇다.
책 속 삼촌과 조카는 그 '동네'로 식물여행을 떠난다. 밥 먹는 것보다 자연 관찰을 더 좋아하는 삼촌은 학교 다니랴 학원 다니랴 바쁜 조카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아파트 단지에서도 동네 작은 공원에서도 수목원 못지않게 멋지고 신기한 자연을 만날 수 있음을 알려주려고 밖을 나선다. 3월의 목련부터 2월의 로제트 식물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생명들이 두 사람을 맞이한다.
삼촌과 조카의 대화를 빌린 식물들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칸칸의 그림마다 주렁주렁 매달린다. 모과나무는 사람들을 네 번 놀라게 한다는 것, 나무 줄기에 동그랗게 자리한 새살고리는 가지치기를 당한 나무가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만든다는 것, 옥수수는 수염난 여자라는 비유 등 다양한 정보와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주인공들이 안내하는 즐거운 식물여행을 마치고 나면, 늘 오가던 동네 어귀의 풍경이 조금씩 달리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쓰였지만 어른들이 보기에도 전혀 모자람이 없는 책이다. 어떤 동네에서건 조금만 관심을 갖고 둘러보면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나무와 풀꽃들을 만날 수 있고, 나무 한 그루마다 밑동에 최소한 네댓 종류의 들꽃들을 거느리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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