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제보자인 학생은 담당교수로부터 협박과 연구실 출입 금지 등의 보복성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내부 고발자 보호에 대한 시스템 마련이 요구된다.
12일 제보자 A씨에 따르면 KAIST 의과학대학원에는 전문연구요원(이공계 대체복무자) 80명이 대체복무를 하고 있다. A씨도 2016년부터 이 대학원에서 군대를 가는 대신 대체복무를 받는 중이다.
복무를 하던 A씨는 지난해 1월 일부 요원들이 조직적인 대리출석 등의 복무규정 위반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전자식 복무관리시스템의 허점을 노려 대리출석 등 복무 위반행위를 알아챈 것.
이에 A씨는 이 같은 행위를 한 연구요원 4명을 병무청에 신고 했다.
병무청은 이 중 1명의 허위출장 사실을 밝혀내고 20시간 복무 연장 처벌을 내려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요원들의 복무 위반 행위는 근절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더 많은 요원들의 위반행위를 발견한 A씨는 올해 1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요원 70여 명을 신고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권익위에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A씨는 주장했다.
결국 A씨는 익명으로 KAIST 감사실에 이 같은 내용을 신고했다.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고 돌아오는 건 담당교수의 보복성 처벌과 회유·협박 뿐이었다고 A씨는 토로했다.
A씨는 "더욱 많은 복무위반 행위를 발견한 뒤 권익위에 신고했지만 권익위는 학교 측에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사를 하지 않았다. 이후 익명으로 감사실에 신고했지만 돌아오는 건 PC 압수와 연구실 출입금지였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이와 함께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B 담당교수는 아버지를 학교로 불러 신고를 철회하지 않으면 '아들이 제적을 당할 것'이라고 협박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저 투명한 제도를 위해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려고 했을 뿐인데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전문연제도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학교, 지도교수 등이 전문연구요원들의 복무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B교수는 오히려 A씨가 학생들의 개인정보 유출, 데이터 무단 유출 감시로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B교수는 "A학생의 데이터 무단 유출 감시, 개인정보 유출로 나머지 연구실 학생연구원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며 "학교·지도교수 등의 입장과 사실관계가 서로 달라 '학내 분쟁 위원회'에서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KAIST 관계자도 "연구실 내 학생들이 개인정보 유출 등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어 담당교수가 조사를 위해 해당 학생의 PC를 가져간 것이지 압수한 것은 아니다"며 "A학생으로 인해 많은 학생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어 현재 권익위에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연구요원제도는 병역 자원의 일부를 국가과학기술의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는 제도다. 지난 1973년 3월 KAIST를 우리나라 최초로 병역특례기관으로 선정한 '병역의무 특례조치에 관한 법률'을 시행한 이후 점차 그 대상을 확대 적용해 현재 국내 이공계 대학은 물론 과기대의 대체복무 제도로 자리 잡았다.
김성현 기자 larcz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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