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여행은 자신을 찾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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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여행은 자신을 찾는 과정이다.

노황우 한밭대 교수, 대전디자인발전협의회 사무총장

  • 승인 2019-06-10 00:31
  • 신문게재 2019-06-10 23면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노황우
노황우 한밭대 교수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과 학업에 대한 말다툼으로 말도 하지 않고 지낸 지 1년이 넘었다는 친구를 만났다. 아들은 학업은 포기한 상태고 학교도 가지 않으려고 하고 집에 돌아오면 매일 게임만 한다고 한다. 부모의 스트레스가 커질수록 아들과의 사이도 점점 멀어지고 이러다가 아들이 커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나도 아들과 아주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로 나쁘지는 않다. 그 이유는 단둘이 여행을 다녀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달 말 일본에서 발생한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과 고위직 공무원 출신의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한 범죄가 '히키코모리'와 연관돼있어 새로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는 '은둔형 외톨이'라는 뜻으로 자신을 사회와 격리하게 시키는 증상으로 '가족과의 의사소통도 없이 방 안에서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게임에 빠져서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6개월 이상 지속하는 사람'을 말한다. 다양한 상담과 체험 행사, 정신과 치료 등으로도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인터넷의 발달은 히키코모리가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도 자존감을 확인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줘 사회적 격리를 가속하고 있다고 한다.

여름방학에 가까워져 오면서 학생들에게 방학 기간에 무엇을 할지 물어봤다. 몇몇 학생들만 여행과 아르바이트와 같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대다수 학생은 별다른 계획이 없었다. 예전보다 여행을 하려고 하는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현재 대학생들은 1990년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Z세대로 디지털 기기와 함께 성장해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릴 정도로 디지털 생태계에 익숙하고 그만큼 다양한 사회적 콘텐츠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한다. '혼밥과 혼술',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스몰 럭셔리(식료품, 화장품 등 작은 제품에서 사치를 부리는 것)' 등을 통해 자기만족을 누리려는 세대다.

나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여행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여행은 '자신을 찾는 과정'이다. 순례의 길과 같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듯 여행을 뜻하는 영어 단어 'travel'의 어원은 'travail(고통, 고난)'이다. 사람은 낯선 환경에 처하면 몰랐던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관광은 돈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여행은 무전여행처럼 돈이 없어도 가능하다.



여행은 사회가 점점 디지털화되고 인터넷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학생들에게 더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부모가 된 사람들에게도 필요하다. 생전 처음 겪게 되는 부모로 사는 삶에 대해서 진정한 자식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여행은 낯선 환경을 마주하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와 이해의 폭도 넓어지게 하고 생각도 깊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는 매일같이 아들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에게 단둘이 여름방학에 여행을 권했다. 가족이 함께 가면 둘만의 진실한 대화를 하기 어렵다. 여행지는 아들이 좋아하는 곳으로 하고 아무런 규칙이 없이 아들이 하고 싶은 데로 해주는 것이다. 하루, 이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겠지만 3일 정도 지나면 아들이 말을 걸어 올 것이다. 노황우 한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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