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톡] 변화 가능성의 체험은 관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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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톡] 변화 가능성의 체험은 관계에 있다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

  • 승인 2019-06-0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우리는 모두 관계를 잘하고 싶어한다. 그 관계가 한명이든 다수이든 상관없다. 그러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사람들은 버거워하며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신이 소화해 낼 수 있을 만큼의 관계만을 하고 싶다란 것이다. 더 깊이 자신이 정해놓은 자신만의 틀 속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과 관계를 하겠다는 것이다.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거나 자신의 습성이나 틀을 버리는 데 전혀 무감각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변화는 원치 않고, 타인이 맞추기만을 원하는 것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가 관계 안에서 배움의 자세는 필요하다. 자신 안의 창조성과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융통성과 유연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맹인이 스승에게 밤늦도록 가르침을 받다가 집을 나서자 스승은 맹인에게 등불을 들려주면서 조심해서 가라고 당부했다. 맹인은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맹인에게 등불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스승에게 물었다. 그러자 스승은, "자네는 보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이 자네가 든 등불을 보고 피해갈 것이 아닌가"하고 일러 주었다. 그래서 맹인은 스승의 깊은 마음에 감복하면서 등불을 들고 자기 집으로 향했다.

한참 길을 가다가 맹인은 어떤 사람과 심하게 충돌하였다. 맹인의 손에는 등은 들려 있었지만 불이 꺼져 있었기 때문이다. 스승은 타인을 먼저 생각함으로써 자신을 지키는 지혜의 등불을 맹인에게 들려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맹인은 그 등불을 보존하지 못했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에서 충돌을 일으켰다. 그리고 맹인과 충돌한 사람은 비록 눈은 뜨고 있었지만 마음의 여유와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에 몰두하였기에 놓친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선인장처럼 자기보호를 위한 가시를 곤두세우고 타인의 삶을 지켜 보기만 한다면 우리는 관계 속에서 언제까지나 따뜻한 공감을 나누지도 못하고 결국 이방인으로 머물게 될 것이다. 관계 속의 인간의 특징은 '모든 경험과 결과는 나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관계를 통해서 온다'는 것이다. 자신이 타인과의 상호관계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상대편이 어떠한 여건에 있던 간에 그 사람이 가진 독특한 입장을 이해할 때 가능해진다.



18세기 말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한 작은 마을 아베롱에서는 산 속에서 혼자 살고 있던 12세 가량의 소년을 발견했다. 그는 말을 전혀 하지도 알아듣지도 못했다. 사람들이 서로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한다는 이해조차 없었다. 오랜 훈련으로 인해 그는 혼자서 옷을 입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는 등 많이 문명화가 되었으나, 끝내 말은 배우지 못했다.

우리는 유전과 환경을 통해서 삶을 살아가는 기초적응에서부터 관계형성까지 경험을 한다. 부모로부터 관계를 배우고, 집을 벗어난 다른 환경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 사회를 경험하고 관계를 배운다. 배움을 통해 충분히 변화가능성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박경은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는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대표와 심리상담가 김종진 씨가 격주로 칼럼을 게재하는 가운데 '심리'의 창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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