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성급한 성과 달성에 대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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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성급한 성과 달성에 대한 유혹

박광기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9-06-0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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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 뱅크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에 대한 성과가 빨리 나타나지 않으면 초조하고 조급한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어떤 일에 대한 목표와 과정에 대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추진합니다. 그리고 그 일을 추진하기 위해서 별도의 로드맵을 만들고 일이 진행되는 각각의 단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전략을 세워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다시 말하면 어떤 일을 즉흥적인 판단에 의해 직관적으로 일을 시작하고 추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일을 계획에 의해 치밀한 과정을 거쳐 추진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새로운 일이나 특정한 업무를 추진할 경우 대부분 그 일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워 추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일상적인 업무를 추진하는 것조차도 그냥 계획 없이 추진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런데 어떤 일상적인 일이나 이미 계획이 수립된 상태에서 일을 계속하는 경우에도 그 일에 대한 성과가 계획한 것과 같이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조급한 마음이 들게 됩니다. 그리고 어떤 일에 대한 평가가 1년 단위로 실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평가에 대한 우려와 걱정으로 성과 달성을 위해 일을 조급하게 추진하게 됩니다. 그러나 조급한 성과 달성을 위해 일을 추진하게 된다면 일정부분의 성과가 나타날 수는 있지만, 대부분 그에 대한 부작용이나 또 다른 문제들을 야기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급한 일의 추진에 따른 부작용이나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시적 성과에 대한 유혹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 어떤 새로운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더 많이 그리고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이것은 조급한 성과 달성을 위해 이미 계획되고 일정부분 진행되고 있는 일을 급하게 추진할 경우에도 부작용이나 새로운 문제들이 빈번하게 나타나는데, 새로운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는 그 부작용이나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문제들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특히 정책을 결정하는 정책결정자나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임기 또는 자신이 맡은 업무의 영역에서 전임자들이 해 놓은 성과와는 차별되는 새로운 성과를 도출하려는 유혹을 쉽게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 성과를 달성하려는 의지와 가시적인 성과를 통한 차별화 또는 능력의 발휘 등에 대한 우수하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위한 유혹은 새로운 일을 개발하고 그 일을 강력하게 추진하여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무모한 도전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런 노력과 도전이 긍정적인 성과의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도전은 단기적으로 일정부분 성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그리고 업무나 조직의 전체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실패 또는 부정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나 상황을 우리는 이미 수도 없이 많이 경험했습니다. 과거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 사업도 그렇고 복지정책, 교육정책, 사회적인 요구나 비난에 따라서 졸속으로 추진한 어떤 단속이나 규제 등등 이런 사례는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졸속으로 추진된 정책이나 결정으로 인한 부작용과 피해는 그 일에 대하여 확신을 가지고 추진했던 책임자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과 국민에게 그대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도 우리는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일반의 개인적 영역에서도 수 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영역에서 자기 자신이 어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에 따라서 단기간 어떤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조급하게 일을 추진하는 경우, 그 성과를 달성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를 보거나 일을 망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학기에 평소 정말 열심히 수업을 듣고 매사 적극적인 학생이 막상 시험에 결시를 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 학생은 시험이 끝난 후에 찾아와서 시험을 잘 보기 위해 밤을 새고 공부했는데 막상 새벽에 잠이 들어 이제야 일어났다고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을 사정했습니다. 이 학생의 경우 단기적으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밤새워 공부한 것이 결과적으로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이 학생이 평소 꾸준히 수업의 내용을 정리하고 시험을 대비하고 시험 전날 충분한 수면과 컨디션을 조절했다면 아마도 목표한 성과를 달성했을 것입니다.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하려는 유혹은 특히 그 결과를 바라는 당사자의 과도한 확신으로부터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 스스로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하는 것도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목표일 경우도 있고, 본인이 확신하는 목표 달성을 위한 치밀한 계획도 대부분 전체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이고 특정부분에 치중된 계획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어찌 보면 자신의 목표와 성과라는 것에 자신의 생각이나 논리성을 함몰시켜 형평성과 객관성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실현가능한 계획에 의해 추진되는 일도 마치 시험에 결시한 학생과 같이 중간에 발생하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의해서 또는 작은 실수나 판단착오 또는 시행착오로 인해 목표와 성과 자체를 잃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 성급한 성과 또는 조급한 일의 추진과 같은 것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계획에 의한 일의 추진이라고 하더라도 일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충분한 예측과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미리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그 일의 결과 또는 성과로 인해 나타나는 상황이 단기적이고 가시적으로 긍정적인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전체를 고려하고 중·장기적으로도 유용하고 긍정적인 것인 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불행한 상황에 대한 대응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면밀한 검토 역시 성급히 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충분한 검토와 고려를 통해 면밀한 계획을 세운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결국 인간의 한계 속에 머무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아무리 이성적인 사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이기 때문에 버릴 수 없는 성급한 성과 달성에 유혹을 완전히 버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유혹의 결과가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것들이 과연 올바른 방향성을 갖고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주말 현재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갖으려고 합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박광기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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