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보훈과 변화와 통일, 그리고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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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보훈과 변화와 통일, 그리고 균형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9-06-0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필자는 역사의 격랑 속에 군대 생활을 하였다. 역사적 사건이 여럿 있었다. 1979년 유월, 동갑내기 대부분 제대한 다음 입대하였다. 당시 군 복무 기간이 33개월이었으므로 얼추 3년 가까이 늦게 간 셈이다. 옆 중대 구대장이 고등학교 3년 후배였다. 입대하며 군 생활은 군 생활같이 해야지 마음먹었다. 어려움이나 고통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오히려 궂은일에 적극적이었다.

어떤 일을 어떻게 하면 편하고 쉬운지, 이미 주위로부터 들어 알고 있었다. 신상기록부에 기본적인 것을 제외하고 적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 지나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할 무렵 집단 상담 비슷한 것을 하였다. 누락 된 부분을 점검하고 궁금한 내용을 조사했다. 잘하는 것, 장기나 특기가 무엇이냐? 물었다. 잘하는 것이 없다 하자, 그래도 그중 나은 것 하나를 대야 한다고 다그쳤다. 하는 수 없이 민요를 잘 부른다고 하였다. 한번 해보라고 했다. 일어서서 「양산도」 서너 마디 부르다 중단하였다. 매일 악다구니로 소리 질러 목이 쉰 상태였다. 조사하던 구대장이 누가 중단하라 하였느냐며 끝까지 부르라 했다.

그것으로 편안한 훈련이 시작되었다. 휴식시간마다 노래를 불렀다. 처음 보는 조교나 교관은 빠짐없이 노래를 시켰다. 같이 교육받은 중대원들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조교나 교관은 수차례 들으니 몰랐을 것이다. 우리 중대원들은 매일같이 반복해 들어야 했다. 경기민요 곡이 엄청 많은 것도 아니고, 모두 재미있는 것도 아니다.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그나마 몇 곡 되지 않는다. 새로운 곡이나 가사를 공부할 여유도 없다. 창작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같은 내용을 매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6개월 훈련이 끝날 즈음엔 모두 몇 소절씩 따라 했다. 말하자면 군가가 「양산도」로 바뀌었다.

기간병이 되어서는 교장과 교보재 관리 하사를 하였다. 훈련생들이 교육을 잘 받게 하는 것이 임무였다. 교내 및 훈련장 간판만 그리다 군 복무가 끝났다. 군에 크게 기여한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허송세월한 것도 아니다.



자연은 반복되는 것이다. 질서, 리듬이라고도 한다. 우리의 일상도 반복적이다. 그 속에서 변화를 추구한다. 변화성 반복이다. 사람은 반복에 권태와 싫증을 느끼는 구조로 되어있다. 반복되면 감동도 작아진다.

그런가 하면, 반복은 호소력이 강하고 학습효과가 높다. 일부러 반복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사회적 약속으로 정한다. 도덕이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나 바람직한 행동규범으로 건전한 인격이라고도 한다. 불문율이라고도 한다. 다툼을 방지하기 위해서 법을 만든다. 더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이다. 정작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역사이다. 지금 내가 한 언행이 훗날 어떤 영향을 줄까? 기록으로 보전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역사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 나아가 신과의 약속이 있다. 신이나 초자연이 도리에 어긋나면 내리는 형벌이다. 예나 지금이나 천벌이 가장 크고 두렵다. 상상을 초월하고 반복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선악이나 고저장단 문제가 아니라, 이 모두가 인위적인 반복을 만들어낸다.

반복이 새로운 양식을 만든다. 반복하다 보면 인위적인 것이 자연스럽게 된다. 보다 많은 사람에게 유익하고 바람직하면 양질의 문화가 된다. 반대로 나쁜 문화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바라는 사회가 어느 쪽인가?

디자인의 3요소는 변화와 통일, 균형이다. 디자인뿐이 아니다. 모든 예술, 인생살이에 적용된다는 말이다. 균형은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은 고른 상태를 말한다. 서로 적절히 돋보이게 만드는 조화이다. 일정한 질서와 안정감을 준다. 통일은 형태와 색채 등이 서로 연관성이 있고 전체를 조화롭게 한다. 반복을 말하기도 한다. 변화는 모양, 성질, 상태 등이 서로 다른 것을 이르는 말이다. 단조로움에 긴장감이나 흥미를 더해준다. 변화만 있고 통일이 없거나, 통일만 있고 변화가 없으면 좋은 작품이 될 수 없다. 전체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겠지만, 변화와 통일도 상호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누구나 맡은 바 책무를 다하므로 국가와 인류사회에 기여한다. 당신은 뭐 했느냐가 문제 될 수 없다. 정도의 차이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편견이나 치우침이 있어서도 결코 좋은 작품이 될 수 없다. 배가 기울다 보면 엎어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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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을 이틀 앞둔 지난 4일 오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유가족이 참배를 하고 있다./연합DB
보훈의 달, 요즈음 세태를 바라보며 붓 가는 대로 적어 보았다. 자연히 반복되는 이야기가 많다. 순국한 선열들의 숭고한 뜻이 무엇일까? 기리는 것이 무엇일까? 국가유공자는 국가의 존립과 주권 수호를 위해서 신체적, 정신적 희생을 당하거나 뚜렷한 공훈을 세운 사람 또는 그 유족을 지칭하는 것으로 안다. 그분들에 대하여 국가 사회가 적절한 보상하고 선양하는 것이 보훈이다. 보훈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보훈이 보상 그뿐이겠는가? 아울러 어떻게 살아가고, 보전해야 할까? 우리 모두 깊이 성찰해야 한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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