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대전] 대전예술의전당에 온 지킬앤하이드 D-4 셋업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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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대전] 대전예술의전당에 온 지킬앤하이드 D-4 셋업 현장을 가다

장치반입, 설치, 음향 체크까지 약 나흘 소요
크루 약 70여명 하루 13간 일해야 공연 맞춰
"무대의 리얼한 민낯 보여지면 관객 실망 할 것"
무대연출에 참여하는 전문가들 적재적소에 쓰여야

  • 승인 2019-06-06 21:39
  • 신문게재 2019-06-07 11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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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앤하이드 대전공연 셋업 첫째날 대전예술의 전당 아트홀 모습.
달의 뒷모습, 지구와 같은 주기로 공전하는 달은 우리에게 뒷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무대도 마찬가지다. 뮤지컬이든, 연극이든, 연주회든 우리는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무대 앞 모습만 기억한다. 굳이 애써 무대 뒷모습은 어떻게 생겼을까 고민하지 않는다.

화려한 조명 한 줌 비치지 않는 무대, 고된 노동의 땀으로 얼룩진 이 현장. 우리가 무대 뒤편으로 향하는 것은 어쩌면 무대를 만들어내는 진정한 주인공을 기억하기 위한 문화 시민으로의 기본 역량을 갖추기 위한 작은 도전은 아닐까. <편집자 주>

▲D-4 "무대 뒤의 날 것을 본다면요? 아마 관객들은 크게 실망할 겁니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대전 공연을 나흘 앞둔 지난 3일, 대전예술의 전당으로 20t 트럭이 도착한다. 검은 옷과 안전모를 쓴 약 70명의 크루들은 조금의 여유도 틈도 없을 만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무언의 침묵 속에서 이들은 척척, 자신의 업무를 착착 해낸다.

관객이 아닌 스텝과 무대 장비가 이동하는 통로를 따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로 들어갔다. 문 하나를 열었을 뿐인데, 벌써 무대가 코앞이다. 대전예당 외부 출입문 가운데 본 무대로 진입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길이기도 하다.

5월 중순께 백스테이지를 보러 왔던 때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라 다소 놀랐다. 음향반사판은 이미 천정으로 숨었고, 수십 개의 배턴은 무대 하단까지 내려와 어떤 것은 천 조각을, 어떤 것은 조명이 조립되고 있다. 수십 명의 크루는 끊임없이 스태프 박스를 나르고, 또 수 십 명의 크루는 조명을 하나하나 배턴에 조립 중이다. 이날 셋업에 투입된 크루는 약 60~70명 정도다.

3일 오전 9시 지킬앤하이드 셋업이 시작됐다.

"큰 공연 셋업은 4일 정도 걸린다고 보면 돼요. 첫날은 장치물을 반입하고 조명을 답니다. 하루 13시간을 쉼 없이 해야만 공연 일정에 맞출 수가 있어요. 첫날 저녁부터는 무대 세트가 하나씩 조립될 겁니다. 오늘 본 것과 4일 차 모습은 크게 달라서 놀랄 거예요."

윤기선 대전예술의전당 무대예술과장은 무대설치는 '이사'와 같다고 말한다. 무대는 전국을 이동하며 설치됐다가 다시 허무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이번에는 대전예당으로 살림살이를 옮겨온 셈이다.

어수선하지만 규칙적인, 분주하지만 박자감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셋업 첫날의 모습이었다. 단 외주제작사의 공연인 만큼 세밀한 무대 표현과 저작권에 위배되는 사진은 촬영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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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업이 완료된 상태의 배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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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업 첫날, 빈무대를 채우기 위한 크루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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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턴에 조명을 달고 있는 크루들.
▲D-2 "85%는 끝났다고 봅니다"

"엄청 많이 변했어요?", "깜짝 놀랄 겁니다."

본 공연 이틀을 앞두고 다시 아트홀을 찾았다. 첫날의 모습이 무색할 만큼 완성형 무대가 눈앞에 나타났다. 첫날 정체도 모를 만큼 쌓여있던 합판들은 메인무대가 되었고, 어디 있었는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소품들은 제자리에 안착했다.

셋업 사흘째, 견고한 무대가 메인 홀 무대에 나타났지만, 여전히 아쉬운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번쩍'하고 조명이 들어오자 그제야 본 무대의 생생함이 살아난다.

윤기선 과장은 "느낌이 많이 다르죠? 뮤지컬은 복합예술이기 때문에 무엇 하나 소홀할 수 없어요. 조명, 음향, 무대장치 모든 것들이 잘 어우러져야만 관객들에게 감동을 줍니다"라며 "지난번에 말씀드렸지만, 무대 스태프들은 출연자를 위해 존재해요. 배우를 죽이는 화려한 연출은 있어선 안 됩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단상에 있던 주요 감독들의 자리가 관객석으로 내려오고, 오케스트라석에 R석 자리가 세팅되고 나니 오후 5시, "식사합시다"라는 선창이 들려오자 크루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무대 위에 스태프들이 자리를 비우자 음악이 흘러나온다.

윤 과장은 "무대장치팀이 빠지면 이때부터 음향팀이 일하기 시작해요. 크루들이 무대에 많으면 잘 들리지도 않고 음향을 체크하기 어려워서 시간을 분리해둔 거죠"라고 설명했다.

무대 셋업 사흘째, 이제 남은 것은 포커싱과 조명 메모리 넘버 확인이다. 조명 메모리 넘버는 씬 별로 약속된 조명을 체크하는 순서로 보면 된다.

7일 당일에는 배우들이 동선을 밟아보고 곧 공연에 들어간다. 초연 공연이 아니라 이미 여러 차례 무대에 오른 작품이기 때문에 배우 리허설이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거라는 팁도 전했다.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는 1막 첫 씬을 스탠바이 해둔 상태로 총감독과 무대 작업자들이 최종 점검에 들어간다. 뜨거운 조명이 쏟아지기 전 소도구와 소품은 제자리에 있는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안전점검에 들어간다.

"무대는 상상의 세곕니다. 한마디로 신비롭죠. 이렇게 무대 뒤의 민낯을 보면 사실 공연이 마냥 즐겁게 볼 수 없어요. 조명이 들어오는 타이밍, 배턴이 내려올 때를 신경 쓰면 극에 몰입할 수 없잖아요."

윤기선 과장은 모든 것은 '적재적소'에 있어야 한다는 조언도 전했다. 무슨 뜻일까.

"예전보다야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무대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해요. 공연장 곳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수십 명이죠. 저들은 한 사람 한 사람 전문가예요. 그들이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는 큰 범위에서는 문화공연 환경 구축이 필요해요. 그래야 작품의 퀄리티도 살아납니다."

달의 이면, 무대 뒤를 보고나니 공연은 배우의 얼굴이 아니라 스태프들의 땀으로 이뤄졌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스포트라이트는 배우가 받아야 하겠지만, 커튼콜의 박수는 무대 뒤 그림자들에게도 보내져야 한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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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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