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미 경제사회부 차장 |
2020년 7월이면 효력을 잃게 되는 장기미집행 공원이 전국적으로 340㎢(서울 면적의 절반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자 당정은 지난 28일 회의를 열고 추가대책을 발표했다. 당정이 최근 발표한 대책의 골자는 이들 공원을 사들이기 위한 지방채 발행 시 이자 지원을 최대 50%에서 70%로 확대하고 국·공유지는 10년간 실효를 유예 연장하는 것과 LH를 통한 공원조성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장기미집행 공원은 자치단체가 공원 부지로 지정한 후 예산 부족 등으로 오랫동안 토지보상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공원 부지를 말한다.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는 사유지에 공원 등 도시계획시설이 지정돼 보상이 장기간 방치하는 행위가 사유재산권에 침해한다는 해석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장기미집행 공원은 20년 동안 사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으로 효력을 잃게 되는데, 일몰제 도래가 약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대전에도 현재 이런 공원이 스무 곳이 넘는다고 한다. 이중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곳은 민간특례사업으로 추진해 전체 면적의 30% 이하에는 공동주택을 짓고, 훼손지를 중심으로 공원시설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 하는 방식으로 추진 중이다.
민간특례로 추진돼오던 월평공원 등 6개 공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지자체가 예산으로 사들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민간특례사업도 잇따라 난항을 겪고 있다. 매봉공원은 부결됐고, 월평공원 갈마지구는 재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도시계획심의위에서 부결된 공원부지 매입을 위해 시는 추가로 예산을 더 마련해야 한다.
'지방채 이자 지원 확대'는 그야말로 미봉책에 불과하다. 대전시와 지역 경제계뿐만 아니라 시민들 사이에서도 '이것은 대책이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자지원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의 경우 25%, 특·광역시와 도는 50%까지 지원을 해주고 있다. 이번 회의를 통해 당정은 서울은 기존대로 하고 특·광역시와 도는 최대 70%까지 지원을 확대해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원매입을 위해서 지자체는 수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대전시만 해도 월평공원과 매봉공원 2곳에 드는 매입비용만 1500억 이상 들 것으로 추산했다. 안 그래도 재정이 부족한 자치단체는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미세먼지가 화두인 요즘, 도심 속 녹지를 보존하는 것은 지자체만의 책임은 아니다.
도시공학 박사인 A 씨는 "중앙사무와 지방사무의 경계를 나누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녹지의 유지·관리를 지자체 업무로만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녹지는 지자체 구성원만이 아닌 전 국민이 누리는 보편적 복지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자 지원 확대를 넘어 공원 매입에 필요한 원금 지원 수준에서 대책이 마련되는 것이 옳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수천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하면 그 빚은 누가 갚을 것이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애초 정부가 공원으로 지정해 놓고 지자체에 떠넘기기를 해서는 안된다.
원영미 경제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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