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병역특례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군에서는 병력 부족으로 병역특례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과학계는 제도 폐지는 과학기술의 후퇴, 곧 국방력의 쇠퇴라며 팽팽히 맞서는 양상이다.
국방부는 지난 2016년 이공계 병역특례제도인 전문연구요원제도(이하 전문연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과학기술계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국방부는 병역자원 확보와 형평성을 고려해 전문연제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인구 감소로 점점 입대 대상 인원이 줄면서 병역자원 확보가 절실하다는 게 국방부의 입장이다.
지난달 22일 군 관계자는 서울에서 열린 제136회 한림원탁도론회에서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이날 이인구 국방부 인사복지실 인력정책과장은 "인구 감소로 병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감축 규모와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의 입장과 함께 상당수 국민이 대체복무를 특례가 아닌 특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폐지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 네티즌은 "전문연 제도는 확실히 불공평하다 생각한다"며 "이공계가 아닌 학생들은 군 복무를 해야 하기에 이공계 학생들의 특혜라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 과학계는 전문연 제도의 폐지는 곧 국가안보의 쇠퇴라고 주장한다.
지난달 31일 KAIST·GIST·DGIST·UNIST 등 4개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은 토론회를 열어 전문연 제도의 폐지는 국방력의 쇠퇴, 국가균형발전 저해, 과학기술인력의 해외 유출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김소영 교수는 "전문연 제도 정체성은 병력 확보라는 국방인력 정책을 넘어 국가 인력·인재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가치에 기초한다"며 "전문연 제도의 경제 산업적 효과가 설득력을 얻었음에도 문제를 삼는다면 국가 균형발전에도 역행하는 정책적 비일관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폐지 시 각 지역에 있는 과기대 인재들이 서울로 편중되거나 해외로 유출돼 지역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과학기술원 안보과학기술센터 이기훈 교수도 "국가 안보는 우수 과학기술인력 확보에 달려 있다"라며 "전문연 제도의 폐지는 우수한 과학인의 육성을 막아 과학기술의 쇠퇴, 국방력의 쇠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전문연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국회의원은 "연구자들이 마음껏 연구하고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전문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승래 국회의원도 "전문연 제도라는 게 전통적 안보개념 속에서 설계된 만큼 현대 안보개념에서 이 제도를 혁신하고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larcz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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