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트램에서 대전은 러쎌러이다. 지난 5월 30일 대전시가 주최한 트램토론회에 다른 지자체의 관심이 쏠린 이유일 것이다. 준비한 자료집은 행사시작 전에 바닥났고 자리가 모자라 행사장에 입장하지 못하신 분도 있었다. 토론회가 적절한 시점에 열렸고 내로라하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기에 내용에 대한 기대 또한 작용했다고 본다.
토론회 성공을 자축하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그 반대다. 오히려, 대부분의 의견은 기대와 우려, 대전시에 주문하는 것들이었다. 중요한 내용을 요약해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명확한 정책방향과 목표의 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진작에 했어야 하는 일이다. 여기서 정책방향이란 트램으로 도시를 어떤 방향으로 바꿀 것인지를 정립하는 일이다. 정책의 방향과 목표는 두루뭉술한 것이 아니라 도시문제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개선방향에 대한 시민의 합의과정을 통해 도출된다. 트램으로 도시변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프랑스의 도시 리옹시를 참조할 만 하다. 중요한 것은 방향을 정해놓고 주민의 의견을 듣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정하기 위해 주민의 의견을 물었다는 점이다.
둘째, 트램은 단순히 도시철도사업이 아니라는데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 있었다. 트램을 통해 도시교통체계의 전면적인 재구조화는 물론이고 도시의 재생, 도시경관, 도시공간구조를 바꾸는 도시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첫 번째가 밑그림, 즉,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일이다. 여기서 말하는 종합계획은 도시철도기본계획이 아니다. 좋은 말만 엮어 말잔치를 하자는 의미는 더더욱 아니다. 그런 면에서 대전시의 조직은 여러 분야를 다룰 수 있는지, 국내기술만으로 충분한지, 트램에 대한 확신이 도시를 변화시킬 만큼 되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셋째, 트램사업의 전과정에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개방성을 확대해야 한다. 대전시의 트램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계획은 물론 건설과 운영의 모든 과정에 경험이 전무한 것이다. 사업추진의 모든 단계 단계마다 예상하기 어려운 이슈와 난관에 부딪힐 것은 명약관화하지 않은가? 자신감과 해외도시 벤치마킹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트램이 성공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도시를 분절하는 장애물을 만들어 냈고 영국의 에딘버러는 개방성과 리더의 확신부족으로 도시교통과 도시재생에 실패했다. 원망의 대상이 되고 조롱거리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철저히 준비하면 된다. 개방성의 원칙을 유지하고, 시민과 전문가들을 어떤 형태로든 과정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사업추진의 귀중한 동력이자 보증수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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