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대전] 대전예술의전당 백스테이지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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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대전] 대전예술의전당 백스테이지를 가다

무대관리팀은 이른바 '어둠의 자식들'
화려한 무대를 만드는 진정한 예술가
캣워크, 조명실, 십자무대서 종횡무진
"스탭은 배우를, 배우는 관객을 위해 존재"

  • 승인 2019-05-30 16:54
  • 신문게재 2019-05-31 12면
  • 김유진 기자김유진 기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두운 옷을 입고 일을 하다 보니 '어둠의 자식들'이라는 별명이 생겼어요."

관객들이 화려한 무대를 보고 공연에 빠져들 때쯤 '어둠의 자식들'은 그 누구보다 분주해진다. 커튼이 내려진 찰나의 순간 다음 장면을 위해 세트를 바꾸고, 조명 색과 위치를 바꾼다. 팔로우 스포트라이트의 온도에 사계절 내내 땀을 뻘뻘 흘리고, 비좁고 어두운 무대 위를 마치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걷는 건 그들의 일상이다.

백 스테이지, 이곳은 대전예술의전당 관장님(?)조차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금기의 공간이다. 누구나 들어올 수 없고, 누구에게도 개방되지 않던 그곳, 대전예술의전당 무대 뒤를 방문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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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위해 세팅된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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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편을 총괄하는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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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바라본 객석은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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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는 흑백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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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워크 입구<왼쪽>과 내부. 철체로 된 통로로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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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개로 이루어진 대전예술의전당 배턴. 캣워크에서는 배턴의 이동을 관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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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보다야 나아졌다지만, 캣워크는 여전히 좁고 삭막하다. 캣워크 옆으로 수십 개의 배턴이 걸려있다.
대전예술의전당 백스테이지를 책임지는 윤기선 무대예술과장은 2003년 대전예술의전당 설립 초대 멤버로 대전예당의 모든 역사를 꿰고 있는 몇 안 되는 산증인이다. 자신과 무대예술팀을 어둠의 자식들이라고 지칭하지만, 무대 뒤에서 그림자가 되어 일하는 자부심만큼은 남다르다.



윤기선 과장은 "며칠을 세팅했는데 모든 것이 배우를 위한 것이라는 게 때로는 슬프다. 하지만 우리는 늘 배우를 위해, 배우는 관객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무대 뒤편의 중요성을 각인 시킨다"고 말했다.

▲고양이가 걸어갈 만큼 좁은 길 '캣워크'=음악을 주제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스태프들이 공연장 위쪽의 난간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고양이가 지나다닐 정도로 좁은 길이라는 의미에서 '캣워크'라는 이름이 붙은 이곳은 43개의 배턴을 관리하는 곳이다. 대전예술의전당 4층부터 6층까지가 바로 캣워크. 음향반사판과 배턴을 올리고 내리기 위해 추의 무게를 직접 조절하기 위한 공간이다.

"캣워크에 올라올 땐 소지품을 모두 두고 와야 합니다. 샤프펜슬처럼 조그마한 물건이라도 이 높이에서 무대로 떨어지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요."

윤기선 과장의 설명대로 캣워크는 무대의 가장 높은 곳이다. 캣워크에서 무대를 내려다보니 거대했던 음향반사판도 작게 보일 만큼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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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우 스포트라이트가 무대를 향해 있다.
조명
아트홀 객석 위 천장에 있는 조명. 이 조명실에는 일반조명 30개와 팔로우 스포트라이트 4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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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실은 좁고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무대 분위기를 책임지는 '조명'=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는 수 십여 개의 조명이 있다. 각 조명 하나하나 스태프가 직접 각도와 타이밍을 조정한다.

조명실로 가는 길은 캣워크보다 더 험난했다. 곳곳에 붙어있는 '머리조심' 표시를 신경 쓰느라 좁은 캣워크 미로를 허리도 펴지 못한 채 걸어야 한다. 가는 길 만큼이나 조명실에서 내려다보는 무대 또한 아찔하다.

대중들에게 '핀 조명'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팔로우 스포트라이트'는 총 4대. 조명을 켜면 금세 온도가 올라간다. "계란도 익어요"라는 우스갯소리가 마냥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 실감 날 듯 하다. 환풍시설이 없는 탓에 치솟는 온도는 몇 대 안 되는 선풍기로 해결하는 게 전부다.

팔로우 스포트라이트 연출 하나에도 스태프들의 고민은 깊다. 어떤 색의 컬러지를 조명에 끼우는지에 따라 무대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윤기선 과장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색을 보고 느끼는 감정과 무대에서 표현된 색을 보고 느끼는 감정은 다르다. 극의 효과를 위해 장면마다 각각 다른 연출하기 고심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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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무대의 중심인 원형 회전판.
▲'십자무대' 객석에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객석에서 보이는 무대보다 더 넓은 공간이 있다는 것을 상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대전예술의전당은 '십자무대' 구조다. 본무대 좌우와 뒤쪽으로 넓은 공간이 있다. 이 덕분에 오페라 3~4개 막을 무리 없이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스태프들이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스태프들은 오페라나 연극 공연에서는 커튼이 내려진 사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무대 장치를 바꾼다.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늘 긴장감이 감도는 곳이기도 하다. 클래식 공연 중간엔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잠시 숨을 돌리는 곳도 바로 여기다.

무대 뒤에서 보면 음향반사판의 거대한 모습이 드러난다. 높이 7~8m, 무게 23t. 음향반사판은 클래식, 뮤지컬, 연극 등 장르에 따라 천장으로 올라간다. 천장으로 올라간 음향반사판은 캣워크에서 보이는 배턴 사이에 자리 잡는다. 배턴이 많을수록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데, 대전예당의 경우 음향반사판으로 인해 무대 연출의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서울예술의전당은 약 80개, 대전예술의전당에는 43개의 배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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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움직일 수 있는 지하부. 갑천 바닥보다도 깊다.
▲갑천보다도 더 깊은 무대의 아래="잘 따라와요. 구조가 워낙 복잡해서 길 잃어버리면 나가기 어렵습니다. 직원들이 마음먹고 숨으면 저도 못 찾을 거예요."

오페라의 유령이 실제로 존재 한다면 이곳에서 지내지 않았을까. 무대의 아래쪽은 더 깊고 넓었다. 지하에도 십자무대와 같은 구조로 공간이 있는데, 지하 2층이지만 일반 건물 깊이보다 더 깊이 만들어졌다. 가장 낮은 곳은 갑천의 밑바닥보다도 깊다. 총 11m 깊이로 이루어진 이 공간은 필요에 의해 무대들이 내려오기도 한다. 오케스트라 관 파트의 좌석을 만드는 덧마루도 이곳에 보관돼 있다.

그동안 선보였던 호두까기 인형과 회전목마, 의자와 테이블 등 공연에 필요한 세트와 소품도 잠시 머물러 있었다.

윤기선 과장은 "하나의 작품을 셋업하기 위해서는 4~5일이 필요한데, 무대 셋업을 위해 극장에 들어가면 햇빛을 못 본다는 생각을 하고 작업에 임한다. 무대를 설치하는 동안 안전사고 없이 공연을 마칠 수 있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우스갯소리로 어둠이 물들었다고 하지만, 작품을 더 잘 살릴 수 있는 연출을 위해 일하는 것이 보람차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유진 기자 1226yu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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