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목동 재개발 구역에 남아 있는 집. |
"마을 주민 한 분이 돌아가시면 대전 역사의 한 페이지가 사라지는 것 같아 초조해져요."
재개발과 재건축사업으로 '동네'가 사라지는 현상이 대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역사적·문화적 스토리를 담고 있는 동네와 사람의 이야기를 '채록(採錄)'하려는 지자체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대전시 올해는 출범 70주년과 광역시 승격 30주년을 맞았다. 시는 이른바 7030 기념사업 일환으로 시민 체감과 자긍심 고취 차원에서 4대 분야 14개 사업을 실시한다.
하지만 주요 7030 기념사업에는 지역민은 물론이고 대전을 구성하고 있는 도시를 담은 '진짜 우리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전문가들은 "출범 70년도 중요하지만 대전시는 앞으로 다가올 100주년을 준비해야 한다"며 "출범 100주년에 시가 보여줘야 할 콘텐츠는 일회성 축제가 아니라 대전을 이루고 있는 지역과 사람의 이야기 즉 하드웨어"라고 조언했다.
이 하드웨어는 지역민의 이야기 일수도 있고, 현재와 과거의 모습을 기록한 구술채록 혹은 아카이빙이라는 설명이다.
대전역 인근 정동은 대전역 탄생과 출발점이 같다. 정동은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근대 대전을 형성하는 주요 구역이었다.
황혜진 대전공공미술연구원 대표는 "대전시나 민간, 대전발전연구원도 모를 스토리를 정동 주민들이 품고 있다. 하루빨리 기록화 사업을 통해 정동의 역사, 대전의 역사가 발굴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황 대표는 "정동에서 평생을 사신 분들의 이야기 속에서 대전역과 대전의 근대역사와 관련된 새로운 기록이 나올지도 모른다"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프로젝트 구간에 거주하는 주민 평균 연령은 70대 이상이라 하루빨리 기록화 사업이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재개발로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인 중구 목동에서는 작가와 대전근대아카이브즈 포럼과 함께 아카이빙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여상희 작가는 "오래된 집 하나가 등록문화재급이길래 관심이 갔다. 일대가 재개발 된다는데, 대책도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카이빙 작업에 착수했다"며 "지금 외롭게 집 하나만 남아 있는데 이것마저 헐리면 별거 아닌 도시가 될 게 뻔하다. 현장 보존이 안 된다면 해체해서라도 가지고 있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여상희 작가는 재개발 지역에서 수거한 자료를 기반으로 하반기 전시로 풀어낼 예정이다.
대전문화재단은 '지역리서치' 주관단체 공모에 곧 착수한다.
지역리서치는 도시지역 개발이 진행되면서 사라지는 동네를 기반으로 문화적 자산을 기록해 기억하자는 취지다. 단순히 건축조사로 끝나지 않고 예술적 관점을 더해 지역 가치를 발견하겠다는 의지다.
문화재단 관계자는 "선화B구역과 목동 4구역은 마을 역사 자체가 오래된 구역이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께 철거 가능지역인 만큼 건축과 주민 구술채록, 예술활동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건축조사는 물론 민속구술채록과 예술활동이 가능한 단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예술적 시각이 더해졌을 때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새로운 대전의 모습이 발견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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