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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르카
내가 죽으면
발코니를 열어놔 둬.
사내아이가 오렌지를 먹고 있군.
(발코니에서 나는 그를 볼 수 있으니)
농부가 밀을 거두고 있군.
(발코니에서 나는 그를 들을 수 있으니)
내가 죽으면
발코니를 열어놔 둬!
내가 죽을 때 무슨 생각을 할까. 단지 짐작만 할 뿐이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초적인 감정이 떠오를 듯 하다. 따뜻한 정을 주고 받았던 가족일 수도 있을 것이다. 봄이 무르익는 계절의 들판의 자운영꽃도 생각날까. 초여름 논에 찰랑이는 물 속에서 자라는 독새 풀도 기억에 남는다. 모든 이들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짙다. 수구초심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여우도 죽을 땐 머리를 자기가 살던 언덕을 향해 돌린다는 얘기다. 톰 존스의 'green green grass of home'은 들을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다.
로르카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에서 태어났다. 스페인은 오랫동안 아랍인의 점령지였다. 특히 안달루시아 그라나다엔 '알함브라 궁전'이 있다. 천상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알함브라 궁은 아랍 문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스페인과 아랍 문화가 섞인 묘한 이질감 속에 녹아든 색다른 분위기는 매력적이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나라 스페인. 20세기 초 스페인 내전은 혁명을 꿈꾸는 시민들의 분출구였다. 대 시인 로르카는 내전 중 프랑코군에 의해 희생됐다.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걸까. '내가 죽으면 발코니를 열어놔 둬. 사내아이가 오렌지를 먹고 있군.'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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