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필자에게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를 읽으신 뒤 이메일로 보내온 글이다. 원문 그대로를 공개했다. 이 글을 보내주신 독자는 4년 전 필자가 출간한 [경비원 홍키호테]도 구입하여 읽으셨다고 했다. 저자로서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사람들은 책을 잘 보지 않는다. 신문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살고 있는 이곳 빌라는 모두 네(4) 동(棟)이다. 하지만 필자처럼 종이신문을 정기 구독하는 이는 필자가 유일하다. 신문은 '백과사전'과 마찬가지거늘 왜 그렇게 안 보는 건지…….
물론 PC와 휴대전화를 통한 모바일(mobile)로 보기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주마간산(走馬看山) 격의 그 같은 뉴스와 각종 정보의 일독(一讀)은 분명 한계가 있다. 즉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모름지기 신문이나 책이란 갈무리를 하거나, 볼펜 따위로 밑줄을 쳐가면서 자신의 지식으로 흡수해야만 비로소 완전한 내 것이 될 수 있는 때문이다. 신문을 최초로 보기 시작한 건 소년가장이 되면서부터다.
초등학교 졸업 전이었으니 벌써 50년에 가까운 세월을 자랑(?)한다. 책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재학 무렵부터 도서관을 함께 다니며 본격적으로 읽었다. 덕분에 필자는 오늘날 기자에 이어 두 권의 저서를 발간한 작가까지 되었다.
앞으로 더 발간할 예정인데 문제는 위에서 지적했듯 요즘 사람들의 여전한 독서 무관심이다. 그럼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는 까닭은 '꽃은 반드시 핀다!'는 신앙을 지닌 때문이다.
투잡으로 시민기자를 하고 있기에 늘 카메라를 지참한다. 그리곤 길가 등지에 핀 꽃을 보면 앵글에 담는다. 이름 모를 꽃들이긴 하더라도 그들의 산소리(어려운 가운데서도 속은 살아서 남에게 굽히지 않으려고 하는 말)다운 기개(氣槪)를 보자면 사뭇 당당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사랑스런 꽃은 민들레다. 흰 갓털이 있어 바람에 날려 멀리 퍼지는 민들레는 강인함의 상징이기도 하다. 마치 가진 거라곤 쥐뿔도 없지만 자존심만큼은 그 어떤 만석꾼조차 부러워 않는 필자를 닮은 듯 하여 더 사랑스럽다.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자 국회의원이지만 시인으로 더 잘 알려진 도종환 님의 명시(名詩)에 '담쟁이'가 있다.
= "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이 시를 보자면 물 한 방울조차 없는 사막에서 고군분투(孤軍奮鬪)로 그 역경을 극복하는 초인적 생(生)을 보는 듯 하여 맘이 짠하다.
["화웨이, 구글 없이는 버텨도 ARM 설계도 잃으면 완전 끝장"] 5월 24일 조선일보에서 다룬 뉴스다.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회사(chip-designer)인 영국의 ARM이 중국 화웨이와 거래 중단을 선언하자 외신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기술 냉전(tech cold war)으로 비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는 것이 골자다.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가 되는 모바일 반도체(AP)를 설계하는 기업이다. 그래서 현재 경쟁자가 사실상 없는 원천 기술을 갖고 있어 삼성·퀄컴·애플·화웨이와 같은 주요 IT(정보기술) 기업에 '갑(甲) 중의 갑'으로 꼽힌다고 한다.
즉 ARM 없이는 스마트폰 핵심 반도체의 개발과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말미암아 중간에 낀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가 되었다.
미국 IT 전문 매체 와이어드는 "화웨이가 ARM의 설계도를 잃으면 완전히 끝장(it's toast)"이라고 했다. 화웨이가 생명력을 잃고 반대급부로 우리나라의 스마트폰이 다시금 활황으로 반전된다면 이보다 반가운 소식이 또 없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한국적 정치와 경제의 한계적 토양이다. '사드 보복'에서도 보았듯 중국의 소드락질(남의 재물 따위를 함부로 빼앗는 짓)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소문이 짜하다.
이런 때일수록 우린 더 강인하고 당당해야 한다. 민들레는 누구의 간섭이나 속박에도 굴하지 않고 언제나 꼿꼿하게 핀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여기에 '절망의 벽'까지 마다 않는 담쟁이의 투지는 기본옵션이다. 용기 있는 꽃은 반드시 핀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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