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꼰대의 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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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꼰대의 잔소리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 승인 2019-05-27 09:40
  • 신문게재 2019-05-28 22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이동구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아무리 과학기술과 의술이 발달해도 노화에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요즘은 60세를 훌쩍 넘겨도 나이를 쉽사리 가늠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뒤태만 보면 더욱 그렇다. 이처럼 외모뿐만 아니라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는 '액티브 시니어'가 늘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상응하는 맞춤형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마음은 아직 이팔청춘인데 컨디션이 점점 떨어지면 이는 어딘가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징표다. 체력은 나이를 속이지 못하겠지만, 지치고 고단한 몸과 마음을 젊게 되돌리는 비결은 무엇일까.

요즘 젊은이에게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고 말하면 대표적인 꼰대의 잔소리로 들린다. '꼰대'는 참견을 잘하고 거들먹거리며 잔소리 많은 기성세대를 야유하는 은어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선 '젊은 꼰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젊은'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같은 청년세대이면서도 나이에 걸맞지 않게 어른처럼 구는 선배를 꼬집는 유행어로 사용되고 있다.

꼰대의 유형은 다양하다. 가장 많은 유형은 자기 경험이 전부인 양 충고하고 지적하며 가르치려는 '자칭 멘토형' 꼰대다. 그리고 인사, 말투, 표정과 옷차림, 화장 등 태도나 외모를 지적하는 '사감선생형'을 비롯해 인맥, 학벌, 재산 등을 자랑하며 거들먹거리는 '나르시스형', 연애, 결혼 등 사생활 참견을 하는 '동네반장형', "예전에 나는" 따위의 말투로 자신의 과거 경험을 늘어놓는 '참전용사형', 본업과 무관한 개인 심부름을 시키는 '갑질오너형' 등이 있다.

젊은 꼰대가 생겨난 이유는 기성세대가 만든 사회문화 분위기 탓이다. 지금도 사라지지 않은 서열문화를 비롯해 소위 꼰대문화를 젊은 세대가 자연스럽게 답습하면서 생겨났다. 기성세대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보고 배워온 젊은이들이 다수 그룹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한 선택이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그러기에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과 욜로(현재 자신의 행복이 가장 중요)가 대세인 오늘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나 카르페디엠(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은 보다 현실적이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어른의 말씀은 조언이지만 자신만을 위한 아집의 표출은 꼰대의 잔소리로 다가온다. 진정한 어른의 말씀에는 상대방의 입장을 십분 고려하여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 읽혀진다. 반면, 꼰대의 잔소리는 제 입장만 고려한 핀잔 일색이라 들으면 마음이 영 좋지 않다. 나이는 이미 어른인데 마음은 아직 궁핍한 것은 아닌지. 사랑하는 마음이 클수록, 사람에 대한 믿음이 굳건할수록 어른 역할을 무던히 해낼 수 있을 텐데. 생각이 자꾸 깊어간다.

2019년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을 받은 배우 김혜자 씨의 수상소감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던져준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말고, 돈에 목말라 정체성을 잃어버린 나를 회복하는 것이 진정으로 눈부신 삶이라고 속삭인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당신은 이 모든 것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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