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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전미연 옮김│열린책들
'누가 날 죽였지?' 이 질문은 소설의 주인공 가브리엘 웰즈가 눈을 뜨며 떠올리는 문장이다. 가브리엘은 죽음에 관한 장편소설의 출간을 앞두고 있는 인기 추리 작가다. 소설의 시작이 될 저 문장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충격적인 오프닝이 될 터였다.
그런데 평소에 작업하는 비스트로로 향하던 그는 갑자기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지만 의사는 그를 없는 사람 취급하고, 거울에는 자신의 모습이 비치지 않을 뿐 아니라, 창문에서 뛰어내려도 이상이 없다. 그는 죽은 것이다.
가브리엘은 자신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살인이라고 확신한다. 머릿속에는 몇몇 용의자가 떠오른다. 다행히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영매 뤼시 필리피니를 만난다. 떠돌이 영혼이 된 가브리엘은 저승에서, 영매 뤼시는 이승에서 각자의 수사를 해나가며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며 주간지 기자로 다양한 기획 기사를 쓰다가 작가로 데뷔. 범죄학, 생물학, 심령술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졌고 어렸을 때부터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던 사람. 장르 문학을 하위 문학으로 취급하는 프랑스의 평론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지만 매년 꾸준한 리듬으로 신간을 발표해 대중 독자들의 지지를 받는 인기 작가.' 『죽음』의 주인공 가브리엘 웰즈에 대한 이 설명은 베르베르 본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만큼 이 작품은 자전적 요소가 강하다. 가브리엘 웰즈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가장 강력한 공통점은 바로 글쓰기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가브리엘은 <이제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에 안타까워한다. 다양한 인터뷰에서 <글쓰기가 나를 구원한다>라고 말해 왔던 베르베르는 가브리엘의 입을 통해 글쓰기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번 드러낸다. 특유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펼치는 흥미로운 이야기 구조, 긴장감 넘치는 흐름 속 교조주의에 빠진 평론가와 순수문학 작가들을 풍자하고 비판하기도 한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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