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하숙'은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차로 약 4시간 떨어진 북서부의 비야프랑카 델비에르소라는 곳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알베르게를 10일 동안 운영하는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거의 800Km를 걷는 여정이라고 한다. 프랑스의 '생장 피드포르'에서 출발하여 최종 목적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걷는 여정이다. 이 순례길은 40일 동안 약 170개의 마을을 거친다고 한다.
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저마다의 이유로 점점 많은 한국인들이 찾는다고 한다. 사람들마다 순례길을 찾는 목적은 다르겠지만 인생에 있어 '특별한 도전'일 것이다.
순례길은 긴 혼자만의 고뇌의 시간을 가지며 자신을 찾는 여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 순례길을 체험하고 온 여배우는 그곳에서 만난 '특별한 인연'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그 인연들을 통해 깨달은 것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순례길을 갔다 온 친한 동생도 '순례길을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 또한 그곳에서 만난 '인연'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곳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느끼는 알 수 없는 감정과 경험은 참 특별하다고 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다음 이야기였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 한국에서 친한 친구 사이가 함께 순례길을 왔다고 했다. 평소에 한 친구는 몸도 약하고 의지력도 약해서 건강하고 모든 것에 적극적인 다른 친구에게 많은 의지를 하며 지냈다고 했다. 그런데 순례길을 걷다가 그 적극적인 친구가 다리를 다치게 되면서 몸도 약하고 의지력도 약한 친구에게 의지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막상 그렇게 되니 약했던 친구가 갑자기 다친 친구를 위해 적극적으로 친구를 돌보며 모든 것을 주도해 나가더라는 것이다. 순례길에서는 이처럼 서로의 처지가 180도 다르게 상황이 벌어지는 일들이 많으며 그것을 통해 각자 몰랐던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순례길의 이런 뜻하지 않은 힘든 여정과 극한 상황에서 평소에 알지 못했던 자신의 본 모습을 대하게 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때 성격 좋던 사람도 힘든 상황이 되면 남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게 되고 짜증과 화를 내게 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얼마 전 벌초를 하기 위해 찾은 시어머니 산소에서 뜻하지 않은 더위 때문에 땡볕에서 잡초들을 뽑으니 얼마나 힘이 들던지 괜히 풀들을 신경질적으로 잡아 뜯게 되고 같이 간 남편에게 짜증을 냈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이런 작은 일에도 짜증스러운데 만약 내가 순례길에 도전한다면 잘 해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20~30Km를 걸어야 된다던데 아마 몸에 무리가 되어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든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그 극한 상황에서 얼마나 자신을 잘 컨트롤 할 수 있을지 또 그곳에서 만난 인연들과 얼마나 잘 소통할 수 있을지를 알 수 있는 시험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 하숙'을 통해 많은 젊은이들이 자기성찰을 위해 순례길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정말 그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 기특했다. 또한 칠십을 바라보는 분들도 순례길을 찾고 있었다. 길은 어디에나 있지만 이렇게 자기성찰을 위해 순례길에 오른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힘든 여정 속에서 정말 큰 것을 얻고 가길 바란다.
김소영/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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