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버닝썬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마무리돼 가고, 배우 장자연씨 자살에 대한 검찰 과거사위원회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그러나 두 조사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거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몹시 안타깝다"며 "검찰과 경찰의 과거뿐만이 아니라 현재도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검경은 물론 국가의 불행"이다. "그런데도 검경은 지금도 자체 개혁에 적극적이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얼핏 지당한 말인 것으로 보이나, 의문을 던진 것이 누구이고, 그에 대한 조사는 누가 했는가? 이런 모순이 어디 있는가? 조사는 현 정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했는데, 불신받을 대상이며, 개혁에 적극이지 않아 보인다니? 현재의 사법부가 3권분립을 내세울 정도로 독립적인가? 합리적인 과거사조사위를 꾸렸는가? 검경은 다른 나라 기관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신뢰가 없이는 그 무엇도 바로 존재할 수 없다. 검경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처절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른 국가기관이 아닌, 정부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말이다.
비판자 역할을 하다 비판의 대상이 되자, 틈만 나면 비판의 소리를 거짓 정보라 항변해 왔다. 스스로 거짓 정보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운운한다. 이번 정부야말로 거짓 정보에 집착하고 있음을 본다. 거기에다 과거사에만 매달려 있다. 거짓의 산에 살고 있지 않은가?
3월 18일 대통령이 나서서 장자연, 버닝썬, 김학의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무엇인가 굉장한 것이 있는 듯 말이다. 특별한 것이 없거나 수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국무총리가 한 말 그대로이다. 칼날이 자신들을 향하자 이목을 돌리기에 열중이었다. 장자연 사건 하나만 보자. 증인으로 불러온 사람은 한 달 넘게 대국민 사기 쇼를 벌였다. 도망갔는지, 돌아갔는지 온갖 막말에 험담을 남기고 떠났다. 장시간 할애하여 인터뷰한 방송과 언론, 그를 보호겠다던 의원 모임과 단체 등이 아무 말 없이 사건을 접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허접한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해프닝이다.
5.18 시체 암매장 현장을 조사하라 하여, 광주 시내 곳곳을 파헤쳤다. 2017년 연말까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자, 기간을 연장하여 조사하라 했다. 아직 종결하였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작은 흔적이라도 발견했다는 말 역시 듣지 못했다. 여타 내용도 조사에 조사를 거듭하고 있고, 하자고 한다.
세월호 문제가 아직도 진상규명 대상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다. 초기에는 재발 방지 촉구 주장이 더러 있었다. 이제 정작 필요한 논의는 완전히 숨었다. 잠수함 충돌, 내부 폭발, 기획 사고 등 온갖 의혹을 제기했던 사람이 누구인가?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 나선 사람이 누구인가? 세월호가 땅 위로 올라오면서 모든 진실이 드러났다. 사고 이외에 밝혀진 것이 무엇인가? 안전 제도, 대처 및 수습 방안 마련 등 지금이라도 사고 재발 방지와 안전확보를 위한 노력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 그것이 안타까운 영령들을 위로하는 최선의 길 아니겠는가?
지난해 여론조작을 의심하던 추미애 의원의 고발로 드루킹 사건이 불거졌다. 영부인의 "경인선 가자"는 영상이나 정황상, 대통령 선대본부와 깊은 관계가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동료에게까지 숨긴 은밀한 대국민 사기극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인가? 이러한 기술적 여론조작은 죄상이 더 크지 않은가?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검찰과거사위원회도 조사 기간까지 연장하며 선정된 사안을 13개월 동안 조사했다. 어떤 결과를 얻어 냈는가? 일부는 소망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볼멘소리다.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고 다시 조사하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 반복하여 조사하는 것이 합법적인가? 정해진 생각에 근접시키려는 행태가 눈물겹다.
어떤 일이 생기면 의심부터 하는 사람이 있다. 문제의식이 있어야 개인이나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전제 조건이 있다. 긍정적 문제의식이어야 한다. 문제 해결이나 개선을 위한 것이어야지, 파괴나 퇴보를 위한 문제의식으로는 희망이 없다. 그런 사람의 또 다른 특징은 자신이나 자기 주변 문제에는 한없이 관대하다는 것이다. 지금 정부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누가 과연 한국 사회에 거짓의 산을 쌓아 왔는가? 거짓의 산에 갇힌 사람이 누구인가? 얼마나 큰 국력 소모요, 사회적 낭비인가? 거짓과 부정의 문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될까 염려된다.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진정 어린 충고이다. 분노의 산이 폭발하면 걷잡을 수 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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