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행복을 찾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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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행복을 찾는 방법

박광기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9-05-2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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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 뱅크
매주 금요일 연재하는 '행복찾기'라는 칼럼을 쓰기 시작한지 벌써 2년이 되었습니다. 물리적으로 도저히 글을 쓸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주 행복을 찾기 위해 글을 써왔습니다. 사실 칼럼을 연재하기 전에도 아침에 출근해서 커피를 마시면서 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들을 특별한 주제를 정하지 않고 써서 가까운 분들과 함께 공유했습니다. 이런 글을 보고 신문사에서 연재를 제안했고, 어차피 쓰는 글을 연재하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글의 연재를 시작하면서 사실 누가 이런 글을 읽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과 의문이 들었지만, 그 동안 써왔던 방식대로 나름의 기록을 해 두자는 생각에서 글을 계속 써왔습니다. 한마디로 내가 아는 지인을 제외하고는 일반 독자들은 이런 글을 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물론 글을 쓰는 것이 누구에게 읽혀지는 것을 기대하고 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신문에 연재를 하는 것은 불특정 독자들에게 읽을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연재하고 있는 '행복찾기'가 과연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인지는 아직도 자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행복찾기'를 통해 그 동안 인간이 사는 이유와 내 자신의 원칙과 방향, 인간적인 최소한의 기본을 갖추는 것, 우리 사회에 대한 생각과 변화되어야 할 것들과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들,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설정을 위해 고려해야 할 것들과 같은 것을 나의 생각대로 써 보았습니다. 물론 글을 통해 정리하려고 한 것들이 다른 분들의 생각과는 많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의 글은 학문적인 사고나 이론적이거나 논리적인 구조를 갖춘 학술적 가치를 찾는 글이 아니고,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거나 생길 수 있는 경우를 내 생각에서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나름의 '글을 쓰는 이유'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따라서 이런 생각에서 시작한 글은 '남에게 읽히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내 스스로를 위한 글'이라는 것입니다.

최근 참석했던 몇몇 학술회의에서 만난 몇 분의 지인들로부터 인사와 함께 '요즘 행복은 찾으셨나요?'라는 물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물음에 대해 '열심히 찾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고 답변 했습니다. 아마도 이분들 생각에는 매주 '행복찾기'라는 글을 쓰고 있으니 나름의 행복을 찾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매주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더 이상 찾을 행복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물음을 사실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이 물음은 말 그대로 지나가는 말로 그리고 농담으로 묻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행복을 찾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유 중 아마도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행복찾기가 정말 쉬운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행복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어쩌면 행복은 찾는다고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불현듯 행복이 곁에 와 있고, 그 행복을 우리가 '느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때로는 행복이 우리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 곁에 있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 때 그것이 행복이었다고 비로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간 행복을 우리는 때때로 아쉬워하고 그 시간과 시절을 그리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행복을 느끼고 안타까워하고 그리워하는 것도 어쩌면 또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 수 있는 행복의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우리가 살면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도, 그리고 지나간 행복을 그리워하고 회상하는 것도 '행복한 순간'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사실 '행복이 이것이다.'라고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행복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어떤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 행복이다.'라고 규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어떤 분은 돈이 많은 것이 행복이라고 할 수도 있고, 또 어떤 분은 명예와 지위를 얻는 것이 행복이 될 수도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것들이 행복을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행복은 사실 보이는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스스로가 '행복하다.'라고 '느끼는 것'입니다. 아무리 부와 명예와 지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면, 그것들로 인해 행복하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행복은 다분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행복은 아무리 같은 조건과 상황과 같은 느낌이라고 하더라도 시간과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 행복하다고 느낀 것도 시간이 지나면 잊게 되고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어쩌면 의미가 없을 수도 있고,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찾는 행복, 적어도 내가 찾는 행복은 어떤 행복이라는 불가능한 목표를 찾고 달성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찾는 행복은 정말 말 그대로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 산다는 것의 이유,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의 소중한 가치 등등 내 주변의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소위 '소확행'이라고 하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바로 그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어떤 작은 것들도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그 작은 것들이 어쩌면 작은 행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자체가 행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 순간, '행복찾기'라는 글을 쓰는 것도 내게는 작은 행복이고, 이 작은 행복이 모여서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의미 없고 가치 없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들에게 작은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게 되면, 바로 그것이 커다란 의미가 있는 것도 될 수 있고 큰 가치를 갖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전제로 곰곰 생각해 보면 당장 내게 주어진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도, 아무런 일이 없는 것보다는 큰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당장 힘들고 어려운 상황도, 그 상황을 이겨내고 지나가게 되면, 그것으로 인해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의 행복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가에 따라서 새로운 것들로 보여 질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찾으려고 하는 행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행복을 찾는 방법은 사실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삶 그 자체가 그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그리고 겪고 있는 모든 것에 긍정적인 가치와 의미를 스스로 부여하게 되면 말입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박광기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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