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은선거제·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에 대한 사과와 철회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사과나 유감을 전제로 한 국회 정상화는 없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여야 3당 원내대표 '맥주 회동'으로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협상 테이블이 다시 꼬이는 모양새인데 5월 임시국회 소집이 사실상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국회 정상화의 조건으로 한국당의 태도 변화를 꼽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한국당이 민생을 위해 장외로 나섰다면 민생을 위해 주저 없이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국회를 마비시켜 정부·여당의 경제회복 노력에 발목잡기를 일삼고 민생 추경(추가경정예산)을 방해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절대 아니다"라고 보탰다.
민주당은 27일 추경 시정연설, 30일 상임위원장 교체를 위한 본회의 개최를 추진하고 있지만 한국당과의 협상이 진전되지 않아 애만 태우고 있다.
더욱이 전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 처리 사과나 유감 표명을 전제로 한 국회 정상화는 안 된다'는 강경론에 힘이 실리고 있어 5월 임시국회 소집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반면 한국당은 대여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문재인 정부에 대해 발톱을 바짝 세우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경찰의 '버닝썬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경찰총장'으로 지목된 윤모 총경이 등장해 모든 수사가 유야무야 되는 것 아닌가, 맥없이 멈춘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비판했다.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전날 민주당 의총 결과에 대해서도 "여당이 아니라 야당 같은 여당의 길을 가려 한 것이 아닌가 한다"며 "(민주당과) 언제든지 만날 것이지만 지금 현재 여당 내부 사정을 보면 어렵지 않나 하는 걱정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발언은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처리 문제에서 강경한 입장을 계속유지할 경우 국회 정상화 협상에 진전은 없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반면, 바른미래당은 거대 양당이 한 발씩 양보해 정상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당회의에서 "(민주당이) 한국당에 패스트트랙과 관련한 유감 표명도 하지 않고, 고소·고발 취하도 하지 않고 조건 없이 들어오라며 백기투항을 권유하면 어떻게 상황이 진전되겠느냐"며 "한국당도 할 만큼 했으니 상대가 받아들일 리 없는 제안을 거두고 패스트트랙 합의 처리 추진을 약속받는 선에서 국회 복귀의 루트를 찾는 게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라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