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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 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
아픔이 출렁거려 늘 말을 잃어갔다.
오늘은 그 아픔조차 예쁘고 뾰족한 가시로 꽃 속에 매달고
슬퍼하지 말고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무성한 사랑으로 서 있고 싶다.
모 심는 초여름, 버스를 타고 가며 창밖으로 눈길을 던지면 보이는 꽃이 있다. 찔레꽃이다. 산 아래 소나무 밑에 별처럼 아롱진 하얀 찔레꽃. 찾는 이 없으나 언제나 그 자리에 소담하게 피어 있다. 화려한 흑장미처럼 누구에게나 찬사받는 꽃이 아니다. 아는 듯, 모르는 듯 언제 피었다 어느새 지고 마는 지 알 수 없다. 찔레꽃은 친구는 있을까. 아니, 고요한 숲 속에서 공허하게 우는 산비둘기가 찾으려나. 찔레꽃의 고독은 운명이다.
찔레의 여린 순은 아이들의 간식거리였다. 비릿한 풀내나는 찔레 순을 씹으면서 삘기를 뽑으러 다녔다. 여린 가시가 달린 껍질을 벗겨내고 먹는 배고픈 추억의 아련함. 그리운 사람을 불러보지도 못하고 뾰족한 가시로 남은 미완의 사랑은 그래서 아프다. 슬픔의 색깔은 무엇일까. 붉은색? 찔레꽃처럼 순결한 하얀색?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무성한 사랑으로' 피어난 찔레꽃.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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