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척교에 설치된 대전 원도심 '근대문화 탐방로' 지도. |
근대문화 탐방로 시작 표지판. |
근대문화 탐방로의 시작을 알리는 안내판은 역전 상인들의 좌판에 가려져 있었다. 이곳이 탐방로의 출발점임을 알려주는 표지판이나 박석, 안내 책자도 구비되어 있지 않았다.
노점상에 가려진 길을 따라 걷다 보니 근대문화 탐방로의 상징색인 핑크라인과 함께 주황색 보도블록이 섞인 인도가 나왔다. 근대문화 탐방로의 상징색과 섞여 있는 탓에 관광객에게 혼선을 주기 충분한 배치였다.
끊길 듯한 핑크라인을 따라 걷자 두 번째 근대문화 관광명소인 옛 산업은행(현 다비치안경원)이 나왔다. 세번째 관광명소는 목척교였는데 핑크라인을 찾기 어려웠다. 나무로 된 바닥은 페인팅이 다 벗겨져 핑크라인의 흔적만 희미하게 남았을 뿐이다.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의 핑크라인<왼쪽>과 목척교 위의 핑크라인. |
옛 대전부청사에서 옛 충남도청사로 이어지는 코스가 최대 난관이었다.
옛 충남도청사까지는 직선으로 약 500m, 하지만 사거리인 탓에 횡단보도가 아닌 지하상가를 통해 건너가야 했다. 1번 출구로 들어가 6번 출구로 나와야 한다. 그러나 핑크라인은 옛 대전부청사 앞에서 끊어져 지하상가 내부로 이어지지 않았다. 자칫 잘못된 출구로 나올 경우 다시 지하상가로 진입해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6번 출구부터 옛 충남도청사까지 핑크라인이 도색되어 있지만, 곧 자취를 감췄다. 다시 되돌아오기를 반복한 끝에 반대 방향에서 탐방로 핑크라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근대문화 탐방로 인근 상인과 시민들도 이 핑크라인의 정체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상인은 "구청에서 한 거고 우리는 몰라요"라며 무관심했고, 시민은 "보도블럭 색을 다르게 배치한 줄로만 알았다"며 "군데군데 지워지고 끊겨 이 길이 근대문화 탐방로를 잇는 의미 있는 선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핑크라인 블록. |
이 구간에서도 핑크라인은 지워지거나 희미해져 있는 것이 대다수였고, 근대문화와 관련된 행사는 '대전여지도'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약 두 시간에 달하는 근대문화 탐방로를 걷고 총 9개의 근대문화유산을 만났지만, 오롯이 대전만의 색이 담긴 역사를 보여주는 곳은 손 꼽기 어려웠다. 또 관광 명소와 명소 사이의 간격에 대한 정보, 안내판과 핑크라인 관리 소홀, 관광명소 콘텐츠 부재 등 친절하지 못한 관광코스에 못내 아쉬움이 남았다.
대전시 관계자는 "아스팔트나 목재데크 위에는 스텐실로 처리 했는데 설령 지워졌다 해도 명판을 설치해놨기 때문에 탐방로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타 시도는 50m, 100m 간격으로 많은 건축물이 있는데 대전은 상대적으로 그런 곳이 부족하다. 근대 건축물로써 가치가 있는 관광명소를 인스타그램과 큐알코드로 적극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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