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는 씀바귀 잎을 뜯어 나물을 해먹고 보리이삭은 익어서 누런색을 띠니 여름의 문턱이 시작되는 계절입니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 "4월이라 맹하(孟夏, 초여름)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라고 했습니다. 이때부터 여름 기분이 나기 시작하며 식물이 성장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소만 무렵에는 모내기 준비에 바빠지는데요. 이른 모내기, 가을보리 먼저 베기, 여러 밭작물 김매기가 줄을 잇습니다. 보리 싹이 성장하고 산야의 식물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모내기 준비를 서두르며 빨간꽃이 피어나는 계절입니다.
지금의 비닐 모판에서는 40일 이내에 충분히 자라기 때문에 소만에 모내기가 시작돼 일년 중 제일 바쁜 계절로 접어듭니다. 또한, 소만이 되면 보리가 익어가고 산에서는 부엉이가 울어대는데요. 옛날엔 '보릿고개'란 말이 있을 정도로 양식이 떨어져 힘겹게 연명하던 시기였습니다. 중국에서는 소만 입기일(入氣日)에서 망종까지 다시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눠 초후(初候)에는 씀바귀가 뻗어오르고 중후(中候)에는 냉이가 누렇게 죽어가며, 말후(末候)에는 보리가 익는다고 했습니다. 초후를 전후해 죽순을 따다가 고추장이나 양념에 살짝 묻혀먹는 것도 별미입니다. 더불어 냉잇국도 늦봄이나 초여름에 많이 먹는다. 보리는 말후가 되면 익기 시작해 밀과 함께 여름철 주식을 대표하는 음식이었습니다.
입하와 소만 무렵에 행했던 풍속으로는 봉선화 물들이기가 있었는데요. 봉선화가 피면 꽃과 잎을 섞어 찧은 다음 백반과 소금을 넣어 이것을 손톱에 얹고 호박잎, 피마자잎 또는 헝겊으로 감아 붉은 물을 들였습니다.
또한, 이때는 기후의 변화가 극심해서 비가 내린 뒤 감기에 주의했다고 하는데요. '바람이 몹시 차고 쌀쌀하다'는 뜻으로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죽는다"라는 속담도 있었습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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