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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 꽃이 떨어지면 청포 장수 울고 간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잎에 앉은 새야
녹두 잎이 깐닥하면 너 죽을 줄 왜 모르니
새야 새야 파랑새야 너 뭣하러 나왔느냐
솔잎 댓잎 푸릇푸릇 하절인 줄 알았더니
백설이 펄펄 엄동설한이 되었구나
어릴 적 앞뒤 맥락은 생각이 안 나는데 엄마가 '새야새야 파랑새야'를 불러 주셨다. 멜로디도 슬펐고 노랫말도 슬펐다. '녹두 꽃이 떨어지면 청포 장수 울고 간다' 어린 마음에 청포장수가 왜 울고 가는 지 이유를 모르겠만 하여튼 운다는 사실이 난 슬프고 무서웠다. 녹두는 밥에 넣어 먹기도 하고 떡 속에 넣는 고물로 만드는 콩이다. 새가 녹두밭에 앉으면 녹두 꽃이 떨어진다고….
나중에야 알았다. 이 노래에 숨겨진 진실을. 동학농민운동을 이끌다 일본군과 관군에 의해 죽은 전봉준을 기리는 노래라는 것을. 동학농민운동은 1894년 일어났다. 탐관오리의 학정에 치를 떨다 도저히 못견뎌 일어난 민중 봉기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 민초들의 숟가락까지 죄다 빼앗는 악질 관료들은 자신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악랄한 수법을 동원해 괴롭혔다. 혁명은 아래로부터 일어나는 것이다. 녹두장군 전봉준은 민중을 이끌고 한양까지 진격하려 했으나 공주에서 일본군, 관군과의 싸움에서 패해 사형당했다. 지금 TV에서 드라마로 나오는 '녹두꽃'을 보며 엄마가 불러주던 '새야새야 파랑새야'가 새롭게 다가온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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